경기지방경찰청 전·현직 고위 간부급들에 대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의혹(경인일보 3월27일자 19면 보도)이 이택순 전 경찰청장의 검찰 소환으로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이인규)는 21일 오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수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이택순 전 경찰청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이 전 청장은 부산·경남에서 근무하면서 박 전 회장과 인연을 맺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전·현직 경찰간부 중 첫 소환자로, 지난 2005년부터 1년간 경기경찰청장도 역임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2000년 경남경찰청 차장, 2003년 경남경찰청장을 지내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과 친분을 맺고 수차례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경남청장 및 13대 경찰청장으로 재임 중이던 2006년 2월∼2008년 2월 박 전 회장으로부터 10~20만달러(1억~2억여원 상당) 이상을 수수한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은 직무 관련 청탁이나 승진 인사 개입, 기내난동 무마 부탁 등으로 돈을 받은 혐의가 최종 확인되면 늦어도 22일 중으로 사전 구속영장 등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검찰의 칼날이 실제로 전직 경찰총수를 향하게 되자 전직 경기경찰청장 등 리스트에 거명된 타 인물들의 거취도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최소 수천만원 이상씩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직 간부들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할 계획으로, 경남경찰청 고위 간부 후 모 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2월 전격 퇴임한 A씨와 경남청·경기경찰청 고위직을 지낸 뒤 현재 서울에서 전문직 사무실을 운영 중인 B씨 등이 유력한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전 경찰청장 C씨와 전 경기경찰청장 D씨, 경기경찰청 간부 E씨, 경찰청 및 서울경찰청 고위급 4~5명도 올초부터 리스트에 거론된 바 있으나 혐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경기경찰청장과 가깝게 지냈다는 한 현직 경찰관은 "꾸준히 의혹이 제기됐던 이택순 전 경찰청장이 정말 소환될 줄은 몰랐다"면서도 "경기경찰청과 연관된 리스트상 타 인물들은 여전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