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차세대 연구자들이 앞으로 다가올 양국간 정치·경제 등 각 분야의 교류 100년사를 새롭게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아주대학교 등 한·일 양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지난달 27일부터 28일 이틀동안 일본 후쿠오카 하코자키지구내 규슈대학에서 열린 '제6회 한일 차세대 학술포럼 국제학술대회'에서 양국가의 새로운 100년사를 모색하는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날 학술포럼엔 공로명 전 한국외교통상부장관과 김현명 주후쿠오카 대한민국총영사, 이시하라 스스무 JR규슈 사장, 장제국 차세대포럼 대표, 한일 차세대 석·박사 과정 학생 200여명이 대거 참가했다.
동서대학교 일본연구센터와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가 주관하는 이번 학술포럼은 '부산-후쿠오카 우정의 해'를 맞아 양 도시의 비전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에서 일본 후쿠오카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고 주제도 '한일 해협권에서 본 동아시아'로 정했다.
학술포럼은 일본 국제교류기금과 동서대학교가 협찬했고, 일본국 외무성과 주후쿠오카 대한민국 총영사관, 일한문화교류기금, 규슈 여객철도주식회사 등이 후원했다.
이날 학술포럼 기조강연에 나선 공로명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동아시아에 위치한 한국과 일본은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를 향유하고 있으며, 양국의 안전과 번영은 상호 긴밀한 관계에 있다"며 "지난 100년간의 식민지 지배와 피지배라는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또 "21세기 중국과 동아시아 공동체의 틀 속에서 균형있는 정치와 안보, 경제관계를 갖기 위해선 인구나 국토 면에서 약세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전략적으로 긴밀히 제휴,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공 전 장관은 '일본의 진심어린 반성이 전제돼 있지 않기에 새로운 한일관계 수립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대해 "일본은 과거 역사에 대한 겸허한 인식이, 한국은 미래의 밝은 관계 구축을 위해 과거 역사에 대한 관용이 전제돼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방문시 전 총리의 한일관에 대한 반성이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국제관계, 정치·법률, 경제·경영, 역사, 언어·문학, 사회·젠더, 종교·사상, 민속·인류, 문화·예술 등 9개 분과별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 측에서 동서대·부산대·서울대·연세대 등 25개 대학, 일본 측에서는 교토대·도쿄대·와세다대 등 28개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130여명이 참석했다.
일본 고베대 마이사와 타쓰야의 '한국의 사회운동과 정치적 기회구조' 등 각 분과별로 한·일간 정치·경제·사회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 논문이 발표돼 양국의 관계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한편, 학술포럼 운영위원들은 제7회 한일 차세대 학술포럼 차기 개최지로 전남대학교를 결정했다.

■ 아주대 공공정책 대학원생 발표자 참가 화제
"주경야독 예비학자 한일분석 '박수'"
아주대 특수대학원생들이 한·일 석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예비학자들의 학술포럼인 '한·일 차세대 국제학술대회'에 발표자로 참가, 화제가 되고 있다.
특수대학원인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에 재학중인 이세민(사회복지전공)·김현정(24·부동산학 전공)씨가 바로 그들.
이들은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왕재선 전임연구원과 일반대학원 양혜원(응용사회학과 수료)양과 각각 공동으로 준비한 논문을 지난달 26~27일 양일간 일본 규슈대학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재 후보지인 한·일 차세대 국제학술대회지에는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왕재선 연구원과 김현정양이 공동 연구한 '정부의 경제 개입에 대한 공공의 지지: 누가, 왜 지지하는가'란 논문이 실렸다.
공공정책대학원 김현정양 등은 논문을 통해 "미국발 경제위기는 지난 30여년간 국가 운영의 지배적인 원리였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의문과 회의를 확산시킴에 따라 정부 주도의 국가발전 전통을 갖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의 정당성 논란을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경제개입에 대한 공공의 지지를 분석한 결과, 일본이 복지 분야에 대한 정부 개입을 선호하는데 반면 한국은 발전지향적인 측면의 개입에 대한 더욱 강한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의 정부 개입 선호는 일본보다 더욱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세민씨 등은 '한국 미혼 성인 남녀의 부모로부터의 독립 거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제도적으로 미혼 상태인 20~44세까지의 성인 남녀의 거주 실태와 부모로부터 독립·비독립 상태인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차이가 있는지, 부모의 자원이 자식의 부모와의 동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 플로어에 있는 교수와 학생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논문 지도를 맡았던 공공정책대학원 박성빈 주임교수는 "한일차세대학술포럼은 인문사회분야 대학원생들이 한번쯤은 논문을 발표해 보고 싶어할 정도의 국제학술대회"라며 "전일제로 공부할 수 없는 직장인들이 주경야독하는 특수대학원의 학생들이 일반대학원 학생들 못지않은 논문을 발표하게 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아주대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발전의 토대를 마련키 위해 일본연구회를 운영하고, 학술대회 참가는 물론 다양한 학술교류를 수행하고 있다.

■ '한일 차세대 학술포럼 대표' 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정치·경제등 학제적 네트워크 발전적 관계모색 가교 역할을"
"한·일 양국의 예비학자들인 석·박사 과정생들이 정치·경제 등 각 연구분야에서 학제적 네트워크를 결성, 발전적인 한일관계를 모색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한일 차세대 학술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장제국(44·사진) 동서대 부총장은 "한·일간 차세대 인재양성을 위해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차세대 학술포럼은 일본 도쿄대를 비롯, 대표적인 사립대가 참가할 정도로 비중있는 포럼"이라며 "최초 참석한 한·일 학생들이 연구회를 만들어 교류에 나서는 등 크게 활성화된 상태"라며 이 같이 밝혔다.
학생 중심의 이 국제포럼은 지난 2004년 부산 동서대와 일본 후쿠오카시의 규슈대가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한·일을 오가며 번갈아가며 열리고 있다.

지난달 27~28일 일본 후쿠오카시에 있는 규슈대학에서 열리는 이 포럼을 총괄 운영한 장 부총장은 "양국의 예비학자들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학술진흥재단 등재 후보지일 정도로 포럼 학회지가 권위가 있기에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일관계 전문가 이기도 한 장 대표는 "차세대 학술포럼은 국제관계는 물론 정치법률·경제경영·역사·성차별·종교·문화예술 등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이 9개 분과로 나누어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며 강조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한일 관계는 자기 것만 고집하는 전문가들의 시각만으로 풀어나가는덴 제약이 많다"며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성숙한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대일관계 문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장 대표는 "동아시아의 발전적 미래를 기대할 때 한일간의 사과와 관용을 토대로 한 새로운 시작 모멘텀을 만들어야할 시기"라며 "차세대 학술포럼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한일관계를 역사변화의 힘으로 만들어갈 차기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현재 이 포럼엔 전문가 운영위원에 최종성(서울대), 이진한(고려대), 박환영(중앙대) 교수, 일본쪽에는 오오키 야스시(도쿄대), 가시오 나오키(게이오대), 다카세 코이치(와세다대) 교수 등 양국에서 9명씩 참여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