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으로 반복된 피란살이와 굶주림에 많은 국민들이 고생하던 시절, 유일하게 배고픔의 고통에서 해방된 마을이 있었다.

먹을거리를 가장 걱정해야 했던 당시 예외적으로 호사(?)를 누린 곳은 바로 양주군 의정부읍 일대 마을들. 지난 1963년 의정부시로 승격된 이 마을에는 당시 미군부대 8곳에 2천여명의 미군들이 주둔해 있었다. 먹을거리가 없었던 주민들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햄과 소시지를 구해 한국 고유 음식인 김치와 고추장을 섞어 일종의 '퓨전음식'인 한국식 찌개를 끓여 끼니를 해결했다.

■ 부대찌개 유래 = 한국전쟁으로 탄생된 부대찌개는 의정부읍을 중심으로 맛은 물론 영양가가 높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60년대 초 당시 양주군청 옆 골목 일대에 처음 부대찌개 전문 식당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 서양식 재료는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귀한 음식이었지만, 우리 입맛에 그냥 먹기엔 느끼했기 때문에 전통재료인 김치와 고추장, 야채를 넣고 얼큰하고 시원하게 끓여 먹었던 것이 바로 의정부 부대찌개의 유래다. 최근에는 매콤한 국물 맛을 내기위해 물이 아닌 푹 고아낸 육수를 사용하고 떡과 라면 등 우리 입맛에 맞는 재료를 넣어 지금의 부대찌개로 발전하게 됐다.


■ 부대찌개 거리 = 전주에 비빔밥, 횡성에 한우가 있다면 의정부에는 부대찌개가 있다. 의정부를 처음 찾은 관광객들이 1순위로 가는 곳이 바로 부대찌개 골목이다. 지난 60년대 양주군청 옆 골목 일대에 처음 들어선 부대찌개 전문 식당이 지금은 의정부의 명물 부대찌개거리로 재탄생한 것이다.

부대찌개거리는 2000년대 들어 음식이름에서 미군을 상대로 외화벌이에 나섰던 양공주 할머니들이 거주했던 '기지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풍긴다는 이유로 의정부 명물찌개거리로 변경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로 정식 명명됐다.

부대찌개 거리에는 현재 20여곳의 음식점이 즐비하다. ┃그래픽 참조


의정부 부대찌개 번영회 박평순(65·보영식당 운영) 회장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부대에서 얻은 햄과 소시지를 가정에서 끓여 먹던 것이 현재의 부대찌개로 변신했다"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부대찌개 식당들이 모여 지금은 번영회를 조직, 의정부의 명물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 의정부의 관광명소 = 부대찌개의 명성이 차츰 입소문을 타고 번지자 의정부시는 부대찌개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시는 먼저 우후죽순 처럼 제멋대로인 간판을 정비했다. 470m에 이르는 부대찌개 거리의 간판을 모두 철거하고 신세대 감각에 맞는 글자를 고안, 돌출형 간판으로 모두 교체했다.

또 입구에는 커다란 아치를 설치해 누구나 손쉽게 부대찌개 거리를 찾을 수 있게 했으며, 야간에는 조명을 통해 더욱 아름다움과 멋을 더했다.


시의 대표음식인 부대찌개를 홍보하기 위한 포장케이스와 식품위생 용기를 제작했다.

그동안 100여개의 부대찌개 전문업소들은 음식 포장시 일반박스와 비닐봉투 등을 사용했으나, 시 브랜드인 '행복특별시'를 활용한 새로운 박스 포장을 개발해 현재는 모든 음식점에서 이 포장케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포장케이스에는 부대찌개의 유래와 맛있게 먹는 조리 방법 등을 첨부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대찌개를 위한 축제도 열리고 있다. 시는 지난 2006년부터 가을마다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를 연다.

시는 축제를 통해 의정부 부대찌개의 맛과 멋을 널리 알리고 음식문화 개선 홍보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 인터뷰 / 박평순 번영회장 "직접 담가 3년 숙성시킨 보리고추장·김치로 승부"

"먹는 게 가장 고민이던 시절, 이만한 음식이 없었죠!"

30여년전부터 부대찌개 골목에서 보영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의정부 부대찌개 번영회 박평순(65·여) 회장은 의정부 부대찌개의 산증인이다.

지난 1980년 지금의 부대찌개 골목에서 작은 한복 의상실을 운영하던 박 회장은 매끼니를 의상실을 찾는 단골 손님들과 손수 밥을 해먹었다. 그러던 중 "손맛이 너무 좋다. 의상실 보다는 식당을 차리는게 좋겠다"는 손님들의 제안에 부대찌개 식당을 개업했다.

박 회장의 식당 개업은 대성공이었다. 박 회장의 손맛은 소문을 타고 번져 당시 95㎡로 시작한 식당은 현재 396㎡로 규모가 4배나 성장했으며, 부대찌개 식당 최초로 지난 2004년부터 인터넷을 통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이 됐다.


또 방송과 신문 등 각종 언론매체의 맛집 소개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으며,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등 온정의 손길이 필요한 현장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식당을 찾은 한승수 국무총리와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학규 전 민주당 공동대표 등 정치인들과 유명 연예인들은 박 회장의 손맛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박 회장은 "우리 식당은 봄·가을에 옥상에서 직접 담가 3년간 숙성시킨 보리고추장과 김치로 승부한다"며 "우리 식당 뿐 아니라 부대찌개를 사랑하는 상인들은 직접 전국 각지로 홍보투어를 다니는 등 의정부 명물로 자리잡은 부대찌개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이상헌·최재훈·추성남기자 reporch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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