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선회기자]수원미술전시관은 올해 마지막 기획전으로 '오감도'展을 마련했다. 천재시인 '이상'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오감도전은 여타의 기획전처럼 특정한 주제를 갖고 나열한 것이 아니고, 동·서양의 회화, 조각을 아우르는 5인의 예술가들의 다양하고 독특한 시선이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게 구성됐다.

오감이란 흔히 인간의 신체에 있는 감각수용기의 종류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는 5가지의 감각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오감의 정의는 조금 다르다. '오감도'는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5명의 중견작가(김중, 박용국, 조진식, 최기운, 홍형표 )의 집합체로서 이들 각자는 스스로에게 처해진 삶의 자리에서 치러낸 고민과 모색의 흔적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5가지의 서로 상이한 작업적 특성과 색다른 감각을 자신의 영역에서 풀어내는 오감의 구성이 그것이다.

5인의 작가 중 김중은 강렬한 색상으로 점철된 화면을 구성한다. 물감을 덕지덕지 뭉개버려 형상을 가늠하기 힘든 그의 작업에는 거친 터치와 원색의 조합이 눈에 띠며 크고 작게 분할된 공간의 구성은 보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조각가 박용국은 '순환적 진화'라는 조형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작업의 전반에 통일된 주제성을 내포시키고 있다. 그는 철보다 강도 면에서 우수하며 산화가 쉽게 진행되지 않는 스테인리스라는 재료를 사용한다. 작가는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에게 자신의 작업을 통해 순환적 시간성과 가변적 공간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진식은 원근이 부재한 가운데 차분한 어조의 정물을 그려나간다. 사물에 대한 상당히 관조적인 접근이 보이는 그의 작업은 시각으로 보이는 실재보다 감성으로 느껴지는 허상의 이미지를 포착한 듯 보인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031)243-3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