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래기자]인천의 건설 관련 협회가 매년 한 차례 유공 공무원을 표창하고 고가의 부상을 상장과 함께 준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행이 됐다는 얘기다. 부상의 가격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값비싼 물건을 공무원들은 부상으로 받았지만 '의례적인 행사다',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하지만 유공 공무원 대상을 선정하고 표창을 수여하기까지의 과정을 짚어보면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점이 많이 발견된다.
우선 표창과 함께 고가의 부상을 받는 유공 공무원 선정 기준이 불명확하다. 건설 관련 협회는 관급공사 발주, 공사 현장 감독과 연관된 부서에 개별적으로 연락해 유공 공무원을 추천받는다. 해당 부서는 관련 직원 가운데 '적합자'를 추천해 협회에 통보한다. 별다른 심사과정 없이, 동료 공무원이 추천한 이가 표창을 받게 된다. 협회는 돈만 쓰고, 선정 과정은 공무원들에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유공 공무원 선정 기준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서 결정해 각 협회에 통보하기 때문에 어떤 기준을 갖고 선정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공 공무원 추천 과정에서 어떤 부상이 주어지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인천시의 한 기술직 공무원은 "금 3돈쭝을 가져가려고 직원끼리 경쟁하는 부서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유공 공무원 추천을 담당한 직원들은 협회에 연락해 '이번에는 어떤 부상이 나오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표창 대상 공무원 가운데서는 사전에 어떤 부상이 주어질지 미리 알고 있는 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표창 돌려받기', '부상 선택해 받기' 등의 행태가 빚어진다. 이 때문에 건설협회간에 알게 모르게 '부상경쟁'이 이뤄지기도 한다.
표창에 따른 부상을 선정하는 과정도 불투명하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입김'이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 한 건설협회가 금값이 올라 금이 아닌 다른 상품을 유공공무원에게 준 적이 있었다. 당시 '왜 금이 아닌 다른 것을 줬냐'는 목소리가 있어서 이듬해에는 다시 금으로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협회는 지난 달 22일 인천의 한 호텔에서 '공무원 초청 간담회'를 열고 낸 보도자료에서 공무원 250여명이 참석했다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점심식사와 기념품을 받았다. 당시 현장에 다녀온 건설업계 관계자는 "늦게 온 공무원 70~80명은 자리가 없어 기념품만 받고 되돌아갔다"고 전했다.
무분별한 유공공무원 선정 禍자초
기술직공무원에 고액상품 어떻게… 고가의 '부상·상장' 함께 수여 오랜 관행
입력 2011-04-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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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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