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창 석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결과' 발표에 의하면 시·군·구 3곳 중 1곳이 인구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유소년 인구가 줄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항아리형 인구구조속에서 노인의 주거환경 등 복지문제이다.

복지문제의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곧 주거문제이다. 그동안 고령사회로 가면서 대다수의 노인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주거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주거시설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익숙해진 주거시설이나 환경에 의존성이 크며, 또 한 곳에 머무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낡고 불편한 주거환경에서 겪는 노인들의 어려움은 젊은이들에 비해 심각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사회복지정책에서 고령자 주택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주택문제 자체가 보건복지부 소관이 아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욱이 주택문제는 경제적으로 많은 지출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정책을 다루는 보건복지부에서 큰 분야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노인들의 신체적ㆍ정신적 노쇠나 허약 등 노후의 여건을 고려한 다양한 주택유형의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자들을 위한 주택유형은 서구에 비해 열악하고 단순하기 그지없다.

우리의 주택 보급률이 100% 넘었다고 하지만, 인구 1천명 대비 주택보급률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하며, 이와 더불어 자가율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자신의 집을 갖고 있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월세가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편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극히 부족한 상태에서 임대료가 오른다 해도 임대주택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노인의 주거 보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민간기업이 지금처럼 복잡한 규제와 틀 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원칙하에 다양한 주택을 공급해 줄 수 있도록 법적 기능을 제공해 주는 한편,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노인들을 위한 별도의 사회정책도 수립하는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노인복지주택 중 저소득층이 입주하는 실비노인복지주택에 대해서는 국민주택기금 또는 직접적인 재정이 지원되는 국민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인주택의 운영면에 있어서도 실버타운에 입주한 상당수는 운영자들의 횡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설립요건이 느슨해 저급실버타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노인요양시설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과 시설장과 관리인, 사회복지사 1명을 두면 운영이 전적으로 업주 자율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입주계약서가 노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입주자들의 보증금 반환에 대비해 의무적으로 민간보험에 들어야 하지만 이행치 않아 차후 퇴실시 분쟁으로 큰문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선진국 노인주택의 공급과 운영면에서 보여주고 있는 다양성과 포괄성을 참고삼아 노인들도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형식의 주택, 그러면서도 우리 정서에 맞는 나름의 주택모델, 예를 들어 3세대 동거형 주택, 노인단독주택, 노인집단주택 그리고 노인촌(실버타운) 등의 개발과 운영제도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동네 한복판에 소규모 노인주택촌을 세우고 맛집과 문화강좌로 지역주민과 같이하는 노인촌, 주택가 한복판에 유치원과 함께하는 노인촌 등을 만들어 중년 남성에서부터 엄마손을 잡은 꼬마들까지 동네사람의 발길이 그치지 않고 활기가 넘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주택건설의 규정들을 가다듬고 실제 주택건설에 적용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개발도 필요하다. 더불어 기존 주거시설에 대한 개선과 유지 보수에 있어서도 노인들을 위한 주거정책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고, 운영면에 있어서도 노인들의 필요와 요구에 적합한 것이 되도록 안전장치와 함께 제도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