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경제는 수출 중심의 성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4%이다. G20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WTO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규모는 세계 7위이다. 이렇다 보니 선진국의 경기침체는 한국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수출부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부터 글로벌 경제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원인이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70년 이상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따라서 신용등급 하락은 충격이었다. 설상가상이다. 유럽 몇몇 국가의 재정위기가 유럽경제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었다.

한국의 8월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8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7월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63억 달러였다. 여름에는 수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아보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작되었다. 월별 수출동향을 보면, 그해 11월 수출이 2007년 11월에 비해 줄어든다. 이러한 현상은 2009년 11월까지 지속된다. 한국경제는 정확히 13개월 동안 수출 부진을 경험한다.

그러나 한국의 수출이 2009년 12월부터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은 2010년 9월부터다. 2009년 12월 부진에서 탈피는 했지만,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9개월이 더 소요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수출 실적을 보면,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동안 대기업의 수출은 2009년 12월에 부진에서 탈피하였으며, 이듬해 9월에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의 수출은 2009년 12월에 부진에서 탈피함과 동시에 회복된다. 중소기업의 회복속도가 훨씬 빠름을 알 수 있다.

국가별 수출실적을 보면, 중소기업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대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에 비해 49억 달러 감소하였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오히려 2억 달러 증가했다. 또한 대기업의 대EU 수출과 대일본 수출은 2010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은 2010년 이들 지역의 수출이 2007년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수출회복 속도가 빠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의 빠른 의사결정이다. 즉 중소기업은 위기에 빠지면, 바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다. 수출이 부진한 시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해결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다. 의사결정 단계가 단순하고, 오너 중심의 운영으로 책임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기업은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전략수립이 더디다. 또한 실적 중심의 경영 때문에 단기적인 해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수출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한국의 전체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감소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동안 세계시장을 누비는 대기업의 수출상품에만 관심을 가졌다. 위기 상황을 돌아보면, 누가 더 역할에 충실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작지만 묵묵히 늘 그 자리를 지켜 왔다. 당분간 글로벌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의 어려움도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정부도 많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도 연일 관련 기사로 가득 차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걱정스런 전망뿐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는 중소기업인들의 발에 있다. 오늘도 중소기업인들은 좁은 이코노미석에 몸을 싣고, 직접 발로 뛰면서 수출시장을 누비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인들에게 전세계를 누빌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 주는 것은 어떨까? 복잡한 분석보고서나 걱정스런 전망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