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민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참 이상한 세상이다. 어떠한 국토개발이나 규제도 한 사람의 뜻대로 밀어붙이면 금방 실행된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나라가 수도이전으로 들썩이고, 지방 곳곳이 혁신도시 기업도시로 파헤쳐진다. 4대강이 순식간에 변하고, 반세기 이상 애지중지 보존해온 공지가 보금자리로 둔갑한다. 역시 정치는 국토개조쯤은 맘먹기 나름인 것처럼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위력을 지녔는가 보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 단 한 뼘의 땅도 자신의 맘대로 개량물을 세울 힘이 없는 서민들이 대다수인데, 정치인들은 그 거대한 국토에 자신의 생각대로 개발이나 규제를 가할 수 있으니 그토록 정치하려고 줄지어 떼지어 사람들이 몰려드나 보다.

한 유력한 서울시장후보가 자신이 당선되면 서울시 주택재개발이나 재건축을 강하게 통제하겠다고 했다 한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충분한 공론화나 전문적 검토 없이 개발 관련 규제를 들고 나왔다.

가뜩이나 우리의 도시재정비시장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데, 왜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해야 했는지 궁금증을 넘어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현행 도시정비에 관한 대표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관련 특별법이다. 이 법은 애초에 도시의 택지들과 그 위 건축물들의 재활을 유도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러나 예전 정부 때 강남을 비롯한 재건축아파트들의 가격이 오르자 이를 억제하려고 다른 나라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책들을 하나 둘 법령으로 만들어냈다. 재건축요건의 강화, 후분양제 적용, 조합원자격 양도금지, 재건축 후 증가된 사용용적률의 일정분량을 사회주택으로 짓게 하기,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제도 등의 규제들을 양산해냈다.

기상천외한 일은 어느 한 이론가가 공중 미디어에 가볍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쓴 짧은 논평글이 발표된 이후 이를 본떴다고 의심되는 대책들이 연이어 출현한 점이다. 전혀 신중한 고려 없이 신속하게 새로운 규제제도로 만들어진 것들이 있었는데 사회주택 끼어짓기와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도가 그것이다. 아무런 사전 검토나 충분한 연구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여러 가지 규제 장치들을 만들어 멀쩡한 법률에 덧씌움으로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도시재정비를 촉진시키기는커녕, 도시재생의 발목만 잡는 악법이 되었다. 지금은 후분양제나 조합원양도금지 등이 폐지된 바 있으나 아직도 폐지되지 않는 몇몇 규제들은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주민들께 고통을 주는 장치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재생을 위한 건축행위를 주민들이 원할 때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공공이 할 일이다. 재생지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재생방법들을 충분하게 고려하게 하고, 이들 가운데 가장 알맞은 재생방법들을 지역 주민들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보조하며 재생활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돕는 게 공공의 역할인 것이다. 그런데도 투기를 잡겠다고 하여 투기잡이와는 전혀 근거가 박약한 논리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 건축활동의 발목 잡는 일을 해온 건 공공의 역할로서 매우 부끄러운 행위다.

도시에서 있어야 할 건축활동을 통제하면 그 도시에 있어 최고최선의 토지이용이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다른 파행적인 토지이용이 유도되고, 이러한 일들이 많을수록 그 도시는 비능률의 공간으로 변한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도시재산권자들에게 고통을 안기면서 결국 가격안정의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하는 파행적 규제들만 양산되어 도시의 효율성은 크게 훼손된다. 이러한 부당한 일들을 그동안의 정부들이 마치 언제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자행해온 셈이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신중하게 고려하지도 못한 부동산개발이나 규제책들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한다. 그 타당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약속들을 해놓고는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하면서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개발이나 규제들을 감행함으로써 우리의 국토, 부동산들은 그동안 심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우리는 국토개발이나 그 규제에 관한 신중하지 못한 계획과 그 시행을 함부로 자행하는 행위에 대하여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해야할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주요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인들의 국토개발공약이나 부동산활동규제에 대한 사려 깊은 발언이 요구되고 있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