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도 물건을 살 때 흥정을 한다. 전통시장을 가면 보는 흔한 광경이다. 배추 한 포기를 놓고 흥겨운 실랑이를 한다. 더 받으려는 주인, 덜 주고 사려는 손님. 손익계산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적정한 가격에서 타협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FTA 협상도 일종의 거래다. 주고받는 것이다. 받을 것이 있으면, 줄 것이 있어야 한다. 줄 것이 있다면, 뭔가를 받아내야 한다. 다만 미리 철저하게 손익계산을 해야 한다. 줄 것이 무엇인지, 받을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철저한 손익계산이 불가능하다. 경제가 그렇다. 얽히고설켜 있다. 한·EU FTA로 삼겹살 수입이 증가했다.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이 내려간 덕분이다. 단정하기 어렵다. 쇠고기 가격이 너무 올라 삼겹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소득이 줄어서 비싼 쇠고기 대신 삼겹살을 찾을 수 있다. 꼭 집어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품 가격이 내려간다. 더 많은 수출이 가능하다. 그만큼 한국경제에 도움이 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한국은 수입이 필요한 나라다. 수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수입해야 한다. FTA를 통해 수입품의 가격도 내려간다. 결국 수입이 수출에 도움이 된다. FTA가 필요한 이유다.
한·미 FTA가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다.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손익계산서를 가지고 뒤늦은 논쟁이다. 협상 전에 꼼꼼히 따져야 할 문제였다. 지금 와서 부산을 떨고 있다. 안타깝다.
논쟁의 한가운데 중소기업이 있다. 지난 6월 유통법이 통과됐다.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그러나 한·미 FTA를 통해 무용지물이 되게 생겼다. 중소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재협상까지 거론된다. 피해지원 대책을 수립하라고 야단이다.
알아 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한국은 FTA가 필요한 국가다. 미국과 FTA가 전부는 아니다.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터키 그리고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까지. 앞으로 해야 할 협상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한·미 FTA가 선례가 될 수 있다. 우리 것을 무리하게 보호하다간 도리어 화를 입는다. 인도네시아도 우리처럼 나오면 어쩔 것인가? 정작 우리가 필요한 것을 못 받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FTA는 중소기업에 유리한 FTA이다.
FTA 지원도 피해에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모든 FTA마다 피해는 발생한다. 막대한 지원이 매번 되풀이 된다. 기업마다 업종마다 유리한 FTA가 다르다. 피해도 마찬가지다. 피해지원은 단순한 매출감소에 대한 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원의 핵심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다. 지원금으로 유리한 FTA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FTA를 중소기업 글로벌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 FTA를 통해 한국에 진출할 미국기업이 많을 것이다. 이들 기업과 협력이 가능한 중소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그렇게 협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인도네시아 시장에 팔면 된다. 가만히 앉아서 글로벌화를 할 수 있는 기회다. FTA 손익계산서에는 나오지 않는 이익이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글로벌화를 하기엔 부족한 것이 많다. 협력이 가능한 기업을 찾아 주어야 한다. 진출 가능한 시장을 알려줘야 한다. 청년 인력의 중소기업 취업도 글로벌에 맞춰져야 한다. 인도네시아 시장을 진출하려면 인도네시아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이 가장 필요하다. 이런 게 손익계산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FTA라면 적극적으로 이용하자. 큰 그림부터 그리자. 어떻게 하면 우리 중소기업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하자. 너무 피해에만 연연하지 말자. FTA는 좁은 내수시장을 탈출할 수 있는 기회다.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FTA를 활용하는 지혜를 짜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