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대희 (경원대 석좌교수)
지난 9월 17일 뉴욕 주코트 공원에서의 청년시위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세를 불리며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많은 국가로 번져갔다. 지난 10월 15일에는 전 세계적으로 집회가 개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기관이 밀집한 여의도 등에서 일부 시위가 있었다.

처음 이 시위의 촉발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발하여 붕괴위기에 빠졌던 골드만 삭스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공적자금을 받아 겨우 소생이 된 후, 막대한 보너스파티를 벌인 데에 대한 항의에서 출발되었다. 손실은 공유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대형 금융회사들의 모럴해저드와 더욱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등에 대한 불만이 밖으로 표출된 것인데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시위가 더욱 확산된 이면에는, 계속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따르는 실업문제에 있으며 특히 20%에 달하는 청년실업에 당사자인 미국 젊은이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도 청년실업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대학 졸업자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정부의 청년실업통계 발표와 체감 실업률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경제는 세계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지식기반 사회로의 급속한 이전 등으로 성장과 고용간의 연계가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성장이 되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특히 4만개 기업이 도산한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가 급증하면서 일자리의 질도 취약해졌다. 매년 6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제조업 부문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오늘날의 자동화, 기계화, 성력화를 위한 제조업 투자가 결국 인력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신규인력을 위해서는 매년 50만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동안 제조업에서 없어진 일자리를 서비스부문에서 채워오고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부문은 음식료, 숙박업 등이 큰 비중이라 우리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Decent Jobs)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70만명의 외국 근로자가 와 있음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렇다면 양질의 고급 일자리는 어디에서 나올까? 의료, 교육, 법률, 회계, 물류, 정보통신 등에 양질의 고급 일자리가 많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제조업과 비교할 때 일자리 창출도 서비스분야가 훨씬 큰데 10억원을 투자하였을 때 제조업 분야는 9.4명의 신규 고용이 있다면 서비스부문에서는 18.5명이나 된다.

전통적으로 경제개발 초기부터 제조업중심의 공업화로 인해 서비스부문 성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였다.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비중은 60% 수준으로 선진국의 80% 수준과는 큰 차이가 난다. 또한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고용비중이 높은 도소매, 음식숙박업은 과당경쟁 상태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업종인 교육 의료 사업서비스 등에는 높은 진입규제가 존재한다.

그동안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성장 가능성과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의료, 교육, R&D, 콘텐츠 미디어 등을 유망서비스 분야로 선정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우리가 미국과 자유무역 협정(FTA)을 추진한 것은 수출 확대에도 목적이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과의 경쟁·협력으로 우리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영국 런던 정경대학교의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교수도 어려운 경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고용창출에 그 해법이 있으며, 이를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이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계속되는 유럽의 재정위기 속에서 세계로 번져가는 시위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닌 우리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란 인식으로, 우리 사회의 안정·번영을 위해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