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20~30대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강렬하다. 미국에서 유럽까지 번졌다. 부의 독점, 특히 금융권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20~30대가 움직이고 있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의사표현을 한다.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수준이다.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이를 확인했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선거 승리의 공식은 간단하다. 20~30대와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일자리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변변한 일자리조차 찾기 어렵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12시간 일하고 5만원도 받지 못한다. 그 돈으로 영어학원에 다녀야 한다. 취직에 필요한 영어점수 때문이다. 토플시험을 보기 위해 10만원이 넘는 돈도 내야 한다.

지난 10월 청년실업률(15~29세)은 6.3%이다. 국가 공식통계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변에 청년 백수가 너무 많다. 국가통계의 허점 때문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취직 준비생은 실업자가 아니다. 청년 백수 중에 취업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은 일자리 창출능력이 있을까? 적어도 대기업은 아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대기업은 늘 하는 소리가 있다. 신규채용을 늘리겠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능력은 2만 명을 넘지 못한다. 올해 19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쏟아졌다. 이중 1만7천 명이 대기업에 취업했다. 그만큼 일자리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큰 오산이다. 퇴직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채용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대기업은 2천916개이다. 전년보다 127개 늘었다. 대기업 종사자도 4만4천764명이 늘었다. 그만큼 일자리가 생겼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대기업 규모로 창업하는 기업은 없다. 기업 규모가 늘어나면서 법적으로 대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런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4만4천764명이라는 의미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생긴 게 아니다. 중소기업도 한계가 있다. 300만 개 중소기업 중 270만 개가 소상공인이다.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자고 서비스업이다. 경기에 민감하다. 경기가 나빠지면 바로 실업이 발생한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제조 중소기업은 32만 개다. 이 중 20만 개가 종사자 5인 이하의 영세기업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만만치 않다.

청년실업의 돌파구는 창업이다. 그러나 창업의 문턱이 너무 높다. 우리나라의 높은 기술수준 때문이다. 더 나은 기술이나 상품이 있어야 창업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를 예로 들어 보자. 근래 최고의 히트상품은 뽀로로다. 아기들에게 뽀로로는 대통령과 맞먹는 존재다. 오죽하면 '뽀통령'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115개국에 수출을 하는 효자상품이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가 4개나 있다. 대학에 애니메이션 학과는 수두룩하다. 졸업생들이 창업하려면 뽀로로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청년창업은 글로벌 창업이 되어야 한다. 이들의 타깃시장은 아세안, 중동, 남미, 아프리카다. 뽀로로까지 필요 없는 시장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다. IT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IT 발전속도는 세계적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 우리에게는 어제의 기술이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내일의 기술이다.

정부의 창업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생계형 창업보다는 글로벌 청년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창업비용보다 더 필요한 것은 타깃시장에 대한 교육과 정보다. 소규모 창업을 하면서 시장조사까지 하긴 버겁다.

대기업도 나서야 한다. 대기업이 청년창업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어떨까? 기술과 시설을 활용해서 말이다. 중소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동반성장이다. 그리고 20~30대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 사회적 기여다.

유럽을 가보면 배낭여행을 하는 한국 청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어떤 청년들은 아프리카에서 봉사를 한다. 자전거로 중국 대륙을 도는 친구들도 있다. 젊은이들의 글로벌 역량이 무럭무럭 크고 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힘이다. 우리 사회는 이들의 경험과 꿈을 소중하게 키워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