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 북한 주민을 위로하는 조의를 표했다. 정부차원의 조문단은 보내지 않기로 했으며, 대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유족의 방문은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한 애도기간에 잡혀 있는 전방 성탄트리 점등식을 유보토록 종교계에 권유하고, 애기봉 등탑 점등도 취소키로 했다. 각계 인사와 정부 부처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등 심사숙고한 후 내린 선택이다. 남남 남북 갈등의 소지를 해소키 위한 조치다.

정부의 조치에 대해 논란이 많다. 보수와 진보 모두의 입장을 고려해 내린 결론이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진보진영은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의 당사자였고, 향후 한반도 정세안정을 위해 정부가 반드시 조문단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보수진영은 독재자에게 조문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탈북단체들은 노골적인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독재자 종말 축하 파티와 대북 전단지 살포계획까지 세웠다.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조문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재단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측은 조문을 위한 방북을, 남북강원도교류협력협회 측은 강원도지사 명의로 조의문 전달을 위한 대북 접촉을 신청했다. 김 전 대통령과 정 전 회장 유족 이외 조문단 파견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은 것은 아니라고 보고, 정부의 답변을 본 뒤 공식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움직임도 범상치가 않다. 민주통합당의 원혜영 공동대표가 제안한 국회차원의 조문단 구성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정부방침에 맞춰가는 게 순리라는 입장이다.

조문관련 갈등은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북한 내부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고, 북한이 해외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한 마당이다. 상황판단이 어렵다면 정부방침에 보조를 맞춰야 혼란을 막을 수 있고, 정보가 있다면 제공해 협의 후 행동방향을 정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기회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식량 등 지원할 것이 있으면 지원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당파적 협력이 중요하다. 조문갈등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