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민 /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용산참사 후 3년이 흐르는 즈음 서울시장이 당시 사건관련 수형자의 사면건의를 했다 해서 뉴스거리가 되었다. 보수를 자처하는 어느 대표언론은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그때 희생당한 경찰관을 애도하자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민 누구나 그날 희생당하신 시민과 경찰관에게 똑같은 무게로 깊은 애도의 맘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때 비극의 원인들이 개선되지 않아 표류하고 있는데도 누구의 주검은 아프고, 누구의 주검은 덜 아픈듯 국민정서를 탈색하여 편 가르기 하는 걸 보는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이슈는 크게 세 가지였다. 개발계획수립의 민주성, 사업시행 강제집행과정에서 상호 인도주의적인 면의 확보, 공정한 손실보상이 그것이다. 공정한 손실보상 여부만을 보기로 한다. 당시 문제는 상가 권리금(權利金)이었다. 권리금 주고받기는 우리 상가임대차의 독특한 거래관행이다. 문제가 되는 건 임대인이 보장하지 않는 영업권 성격의 권리금이다. 상가임차인들끼리 장소적 계속성을 신뢰하여 주고받는 수가 많다.

평화시절에는 장기간 임차활동이 기대되므로 권리금이 높게 형성되는 상점이 많다. 그런데 갑자기 공익사업이 행해지면 임대차의 계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권리금이 폭락하는 수가 있다. 이로 인해 공익사업 지정 전에 형성된 권리금을 주고받으며 거래한 임차인 보호가 불거진다.

문제는 우리 제도다. 이에 관한 보상규정 없이 영업보상으로만 해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보상청구할 수 있는 포괄적 규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 규정의 실용성은 기술적으로 매우 낮다. 물론 보상평가 부분은 임의적 장치가 대부분이므로 구체적 소송을 통해 권리금 희생을 증명하면 정당한 보상금을 받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권익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하여 증액보상 받아내는 건 개인으로서 매우 어렵고, 또 소송을 통해 권리금에 담긴 보상가치를 증명해내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결국 몇 억 권리금이 몇 천 만원으로 보상평가되는 현실도 생긴다. 그리하여 강제집행과 물리적으로 맞서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수도 있다. 만약 권리금의 보상가치를 제대로 계측해내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 그러한 충돌이 덜 할 것이다. 현행 제도는 이러한 갈등원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

권리금과 영업이익과는 그들 형성의 메커니즘이 상당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보상평가 장치는 우리의 거래관행에 충실하게 기초하지 못하고 미국 일부 실무계에서 쓴 도구가 일본을 거쳐 우리의 영업보상규칙으로 베껴 활용되고 있어 생기는 문제다.

영업손실액은 폐업과 휴업으로 구분하여 휴업기간에 기초하여 보상액이 산정된다. 이러한 영업이익은 투명성이 공인되는 납세 등 자료만을 근거로 계산된다. 그러나 이미 권리금은 납세 등을 따지지 않고 실제 발생하는 영업이익을 기초로 시장가격이 형성된다. 그러므로 특수음식주류업 등처럼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실제거래내용이 납세액과 차이가 클 경우에는 보상액인 영업보상액과 권리금 격차도 커진다. 용산참사에서 일부 영업주의 주장에 따른 권리금 3억5천만원 정도와 영업손실보상금 5천만원 정도처럼 큰 격차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상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완전보상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본다. 이미 적법하게 형성되었던 권리금이 공익사업으로 손실을 입었을 경우에는 입은 손실만큼 보상해주는 규정을 당연히 두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권리금을 무조건 보상하는 장치를 두면 이를 악용한 허위보상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호대상을 엄격하게 하고, 그 금액의 시장 타당성을 계측하며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권리금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평가자의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유럽 여러 나라처럼 특수보상에서는 최종보상액을 별도 심의하는 전문위원회를 설치하여 활용하든지, 또는 현행 우리 보상협의회를 실효성 있게 운용하도록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