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된 개발들은 오랜 기간 국민들의 불만과 불편비용을 증가시킨다. 특히 그 불편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힘이 약한 서민들을 더 어렵게 한다. 그러하기에 한 획지의 택지개발에 얽힌 몇 권력자의 부도덕이 어디까지일까라는 호기심을 넘어 국민들은 이에 대하여 개선책을 적극적으로 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토개발 공권력비리 유형은 다양하다. 크게 계획수립, 사업시행, 건축과정 등에서 갖가지 변칙이 행해지는 경우가 있다. 파이시티사건은 일종의 건축과정 비리다. 교통여건을 무시한 용도변경이나 밀도변경이 대책 없이 허가됐다는 점이 의심되고 있다. 이 의심이 사실이라면 많은 국민들이 감수해야 할 천문학적인 불편비용과 몇 사람들의 부패가 맞교환 된 셈이다.
따지고 보면 행정절차의 불공정이 가장 큰 문제였다. 대형 건축물의 용도변경 등에서 행해야 할 심의나 자문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밀어붙인 정황이 보도된 바 있다. 개발 관련절차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수많은 행정절차들 가운데 재정이나 건설 쪽처럼 이권이 큰 경우에는 공권력우월주의가 더 만연되어왔다고 생각된다.
행정청의 자의대로 공청회 등을 진행하는가 하면, 심의나 자문의 경우 입맛 맞는 위원들을 선정하여 운영하는 관행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행해져 왔다. 그러다보니 개발의 적정성 판단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공권력의 생각대로 진행된다. 이번 사건 역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일개 인허가비리보다 훨씬 방대한 택지개발이나 특수사업에서의 행정절차 역시 불공정하게 이뤄진 정황들은 상당히 많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 그렇게 결정된 공사들이 국토계획을 교란시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와 같은 행정절차를 정상으로 운영되게 할 수 있을까. 답은 분명하다. 특수 안보분야 이외에는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절차의 공정성이 확보되는가를 수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언제나 사전, 중간, 사후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흔히 행정청은 건설행정절차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투기방지'를 위해서라고 하는 이유를 댄다.
개발정보가 투기꾼들에게 노출되면 안 되므로 그 계획 및 시행과정이 꼭꼭 숨겨져야 한다는, 매우 우스운 논리다. 그러다 보니 그 숱한 대형 개발들이 밀실에서 깜짝쇼처럼 결정되어 발표되곤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파행 절차는 대부분의 개발허가에서도 암암리에 적용되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생각해보자. 투기란 무엇인가. 그건 부동산값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믿는 시장의 반응이다. 장기적으로 값 형성의 원인이라기보다 값 변동에 편승하는 증상이다. 꼭꼭 숨길수록 값이 더 급격히 오르게 되어있고, 그러할수록 독과점적 투기유인만 더 높아진다. 그러함에도 정부는 항상 투기라는 말을 교묘히 악용한 결과 행정절차의 공개에 미온적이었다. 그래서 비리와 부패의 온도만 더 키워왔던 것이다.
오늘날은 정보기기의 발달로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나 정부의 행위를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다. 누구나 온라인이나 때로는 오프라인을 통해 항상 정부를 감시할 능력이 있다. 정부는 관련 자료들을 국민 앞에 빠짐없이 공개만 하면 되는 것이다. 더불어 가벼운 유인책을 쓴다면 자연스럽게 국민평가단이 형성되고 활동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개발과정을 투명하게 운용하는 것이 행정절차의 원래 모습을 회복하는 길이다.
공권력의 공정성 회복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경제의 효율이나 형평의 개선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부패에 대하여는 책임추궁을 엄정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사전 부패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 행정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즉시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