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론은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인 에너지 원(源)을 절대로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미래 사회에서 승리자는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로 귀결된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무역으로 살아가는 한국의 경제에 심각한 화두를 던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몇몇 정치 실세가 에너지를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더군다나 에너지 문제를 폄하하는 분위기까지 연출되어 우려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지나면서 IT 강국으로 세계적 선두 위치에 자리잡고 있지만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맞추지 못하면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2011년 9·15 정전시에 은행 업무 마비, 병원 진료 차질, 통신 기지국 마비, 군 레이더 망 불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위기를 잠시 경험하였다. 2006~2011년에 울산 화학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하여 2천46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미래의 삶을 담보하는 조건으로 에너지에 대해 모두가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기료 인상 논쟁이 이러한 장을 마련하여 주고 있다.
현저히 낮은 전기료를 유지하면서 사용을 줄이자고 캠페인을 하는 것은 효과가 낮다는 것이다. 저소득층도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복지는 소득 보조로 해결을 해야지 전 계층에 혜택을 주는 무차별적인 요금 인하로는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시장 경제의 논리를 도입해야 하고, 요금의 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지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상적으로만 보지 말고, 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서로 책임을 외면하는 '폭탄 돌리기'를 중단하고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현실에 근거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기되는 쟁점이 환경과 산업의 조화에 관한 쟁점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는 경제성장을 하면서 환경오염을 인정하는 동조화(coupling)의 시기이다. 그러나 2만달러에 진입하면서 산업화와 환경오염을 분리(decoupling)시키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관리나 산업 정책의 우선순위를 낮추는 현상이 발생한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있으면서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지식경제부 장관 소속으로 있는 것이 그러한 논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환경을 담당하는 부처와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를 통합하자는 논의가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때 각광을 받던 태양광 산업이 정부보조금이 줄어들자 열기가 시들고 있다. 풍력 발전은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는 공급되지 못하고 필요 없는 시기에는 생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기술 개발을 위한 R&D 차원에서는 필요하지만, 에너지 수급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제로는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후생 증대의 2가지 딜레마 속에서 문제를 같이 엮어서 판단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아직은 척박하다.
환경론자의 논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아직은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에너지 관련 안전사고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의 안전사고를 보면 과학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종사자들의 안전 불감증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그리고 안전에 대한 경비를 줄이다가 사고를 유발하여 경비가 더 소요된다는 사례도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복사 용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이면지를 활용하다 보니 프린트의 소모를 가져와서 종이 절약보다 프린트 교체에 따른 비용이 더 소요되었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안전에 대한 지출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접근도 필요하다.
에너지 문제는 시장 실패의 영역이어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소비자의 협력없이는 해결되지 못하는 영역이다.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에너지 시장의 조건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질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