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호 / 아주대 경영대학장겸 대학원원장
L치과원장은 병원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고가 장비를 도입하여 환자들에게 열심히 치료를 하였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치료에 대해 모두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 없어 결국 병원이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경영컨설턴트를 만나게 되었고,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적정 진료를 제공하고 보험급여도 제대로 받는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컨설턴트는 그 지역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안하게 되었고 병원은 흑자를 보게 되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얻었다.

월 4천만~5천만원 하던 수입이 억대를 넘어서게 되었다. 환자가 늘자 L원장은 의사(Pay Doctor)를 고용하게 되고, 수입은 점점 늘어나서 월 매출액이 6억원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L원장은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외부에 출타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골프에 열중했다. 해외여행도 잦아졌다. 그러면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되고, L원장의 돈냄새를 맡은 주변 사람들이 이것저것 투자를 제안해 왔다.

귀가 엷어진 L원장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곳에 자금을 넣게 되었고 손해를 보게 되었다. 반면에 주변의 다른 치과들은 절치부심 혁신을 하여 고객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결국 L원장은 자신의 병원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고, 페이 닥터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

흔히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가졌던 순수한 마음, 어려울 때 가졌던 그 열정을 지키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처음에 하던 일만 계속해서도 안 되고, 처음에 하던 방식을 계속 고집해서도 결코 안 된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보다 더 중요한 말이 "성공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을 했을 때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달라진다. L원장처럼,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도 받고 싶고 또 자만심에 빠지게 되고 엉뚱한 곳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겸허하게 학습하고 변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성공을 이룬 기업은 화려하게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있다. 캐나다의 밀러교수는 이를 '이카루스 패러독스(Icarus Paradox)'라 불렀다.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이카루스가 성공적으로 날게 되자 태양 가까이 가게 되어 결국 죽음을 맞았다는 그리스 신화를 빗댄 이야기다. 이카루스 패러독스는 과거 성공요인이 오히려 미래의 실패원인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기술로 성공하는 기업은 기술로 망하는 경향이 있고, 마케팅으로 화려한 실적을 낸 기업은 그 마케팅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로 성공한 기업은 너무 기술에 자만하고, 기술에 치우치다 보니 시장상황에 눈을 감게 되고 결국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케팅으로 성공한 기업은 마케팅에 자만을 보이는 나머지 기술을 소홀하게 되고 결국 팔 물건을 개발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름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 KODAK. 인간의 기억을 연장시키고, 추억을 생생하게 만들고 기쁨의 시간을 확장시켜주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게도 했던 그 회사가 이제는 존망의 위기에 놓여있다.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미리 예견되었던 것이고, 코닥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코닥의 화려한 성공은 회사의 변신을 가로 막았던 것이다. 스토리는 계속 된다. 휴대폰의 제1인자 노키아의 몰락이 그것이다. 한때 핀란드 수출의 25%를 차지하던 노키아는 이제 10%를 지키기도 어려워졌고, 60유로 이상을 호가하던 주가도 이제 5달러를 지키기도 어려워졌다. 애플과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낙오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성공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공 속에 실패의 씨앗이 도사리고 있고 암이 자라고 있다. 성공은 자만심을 키우고, 성공은 과거지향적으로 만들고, 성공은 또 내부지향적으로 만든다. 한번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이 성공을 경계하고, 겸허하게 변화하고 창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