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을 볼 수는 없지만, 어떤 상황인지 전부 생생하게 그려져요."
지난달 24일 개봉한 임태형 감독의 영화 '안녕!하세요'의 주인공은 시각장애인 전문학교인 인천혜광학교의 학생들이다. 영화는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삶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촬영은 2010년 8월부터 2011년 봄까지 진행됐다. 영화 속에는 장애인들의 시련과 역경,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없다. 단지 학생들의 일상을 담았다. 영화에 출연(?)한 학생들은 앞이 아예 보이지 않는 전맹도 있고, 저시력 장애인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다른 누구보다 영화를 잘 봤다.
원희승(18)군은 "처음에 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찬반을 물었을 때 우리의 일상을 담는다는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찬성했다"며 "영화가 개봉하고 나니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영화에 나오지 않았어요?'라며 묻기도 했다.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원군은 이어 "무엇보다 영화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에 보면, 제가 스타크래프트(PC게임)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많은 분들이 전맹인 제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며 "게임을 실행시키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게임을 하고 이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14)군은 초등학교 때 영화를 찍었다. 지금은 중2가 됐다. 박군은 "여름에 영화 때문에 집에 가는 길에 촬영팀이 따라왔던 것이 기억난다"며 "날이 많이 더웠는데, 많이 고생하신다고 느껴서 그 부분이 기억에 남는데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선배, 후배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됐다"며 "이번 영화가 사람들과 관계의 폭을 넓히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지만,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생활에 큰 불편이 없어 보였다. 교실을 찾아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는 등의 일상적인 생활은 도움없이 해냈다. 원희승군은 "이번 영화를 통해서,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앞이 아예 안보이면, 거의 모든 생활을 집에서만 하고, 대외적인 활동을 못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했다.
인천혜광학교의 교사이기도 한 이상봉 사진작가는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해 있는 그대로 담고 있어 만족한다"며 "영화촬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영화촬영 전후로 학생들이 더 적극적이고 밝아졌다"고 말했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