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적으로 보면, 산아제한 정책은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후유증이 너무 크다. 지금 우리는 줄어드는 인구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하니 말이다. 게다가 고령화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생활수준 향상과 의료 발달 덕분에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 환갑잔치가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그리고 출산율이 저조하니, 당연히 한국사회는 빠르게 늙어간다. 2000년 한국은 65세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2026년 65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 26년 걸리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36년 만에 초고령화에 진입한 일본보다 더 빠르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구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위축이다. 고령 가정의 소비는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주택 마련과 자식 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은 나라이다. 그렇다 보니, 노후에 대한 금전적인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통계를 보면, 40대가 가장인 가구의 소비가 가장 크다. 월 평균 279만원을 지출한다. 이에 반해 60대가 가장인 가구는 157만원에 불과하다.
또한, 고령화는 청장년인구(20~64세)의 소비도 위축시킨다. 청장년층 인구가 노령인구(65세 이상)에 대한 사회적 부양의 책임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노령인구 1명당 청장년인구는 10명 수준이었다. 노령인구 1명에 대해서 청장년인구 10명이 사회적 부담을 나눠 가졌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1년 5.8명, 2028년 2.8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2029년에는 OECD 전체 평균보다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청장년층의 공적인 지출(연금, 의료보험 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청장년인구의 경제상황이 그리 좋은 편도 아니다. 청년인구(15~29세)의 고용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9%이다. OECD 34개국 중 29위이다. 특히, 고학력인구(고졸 이상)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25%이다. OECD 전체 평균의 3배 이상이며, 34개 회원국 중 터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들이 계속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짐을 의미한다.
인구감소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이를 많이 낳는 방법밖에 없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이인 25~54세 여성을 기준으로 한국은 여성 1명당 1.23명의 아이를 낳는다.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30년 전에는 2.8명이었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이유가 여성이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25~54세 여성의 고용률은 60.3%로 OECD 34개국 중 32위이다. OECD 국가 중 20개국이 고용률 70%를 넘는다.
1980년과 2010년 여성의 출산과 일자리 함수관계는 크게 바뀌었다. 과거 여성의 출산과 고용은 반비례 관계였다. 고용이 낮을수록 출산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고용이 많을수록 출산이 많다. 적어도 잘사는 나라가 모여 있는 OECD를 보면 그렇다. 물론 선진국은 탁아와 육아에 대한 사회의 배려와 지원이 많은 탓도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탁아 및 육아 지원이 가장 기본이다. 이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여성의 일자리이다. 한국은 교육비 지출이 많은 나라다. 남편 혼자 벌어서 감당하기엔 벅찬 수준이다. 여성의 소득이 커지면 가계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여성들에게 더 많은, 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