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중고차수출단지에서 유사석유 판매, 불법 차량 개조 등 각종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어 관계기관의 단속이 시급하다.
25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수출단지. 수출단지 입구에서 'LPG 차량 전문 개조'라고 적힌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LPG를 차량연료로 사용하지 않는 중동 등의 지역에 차를 수출하기 위해 휘발유차로 개조해야 한다는 점을 노리고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LPG차량을 휘발유차로 개조하려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에서 승인을 받은 뒤 정비업 및 건설업과 관련된 자격증을 가진 전문업체에서 구조변경을 해야 한다. 구조변경 작업을 마친 뒤에는 다시 검사소로 가서 안전하게 구조변경이 됐는지 완료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이런 과정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자동차 검사소에 방문할 필요도 없다며 차량 1대당 70만원을 요구했다.
이같이 불법으로 개조된 LPG차가 수출된다면 폭발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수출용 차량이 국내에 다시 반입되는 경우, 일반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버젓이 불법 개조를 하는 수출단지 내에서 주행거리 조작정도는 손쉬운 일이다. 수출단지에선 아날로그 방식 미터기 조작은 3만원, 디지털 방식은 7만원이라는 가격대까지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날 한 중동 외국인 바이어가 수출업체에 찾아가 '3만'을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외국인 바이어가 원하는 대로 한국 업체에서는 주행거리를 맞춰주고 있는 것이다.
수출단지 내 유사석유판매는 공공연한 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인천연수경찰서에서 '급식용'으로 가장한 차량을 이용해 유사석유를 공급하는 일당을 검거했지만, 유사석유 판매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업무상 수출단지를 자주 왕래하는 A(45)씨는 "가끔 지나다 보면 봉고차에 빨간색 통을 가득 싣고 수출단지로 와서 차마다 기름을 넣어주는 모습을 봤다. 물어보니 ℓ당 1천300원정도에 판매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한 중동계 외국인 바이어는 "바이어들 기름 넣어주는 전화번호있다. 전화하면 온다. 싸다"고 말했다. 중고차 수천여대가 몰려있는 수출단지에서 주유를 하는 것은 화재위험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유사석유 사용, 불법개조 등으로 인해 훼손된 차량이 그대로 수출되면 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인천지역에서 '적법하게 LPG차를 개조하겠다'는 접수가 들어온 사례는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며 "이 같은 불법행위들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단속, 관리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서 불법 행위 근절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