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중고차수출단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한 유사석유 판매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고차수출단지에서 계속되는 불법 행위(경인일보 7월27일자 23면 보도)에도 경찰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1시께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D중고차수출단지. 단지 한 편에 주차된 황토색 중대형 승용
차량 옆에서 3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며 자신이 있는 위치를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화 통화가 끝나자 흰색 준중형 승용차량이 황토색 차량 옆에 정차했다. 이 차량에서 내린 한 중동계 외국인이 30대 남성에게 돈을 건넸다.
외국인들간 연락처 공유… 한곳서 30분새 5대 주유… 일반보다 ℓ당 700원 싸
'구매 희망 전화' 잇따라… 경찰은 찾아보기 힘들어
30대 남성이 황토색 차량의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에는 알루미늄 재질로 된 통이 가득 쌓여 있었다. 차량 뒷좌석에도 알루미늄 통이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0대 남성은 이중 한 통을 꺼내들더니 주유구에 깔대기를 꽂았다. 깔대기를 따라 알루미늄 통에 든 액체가 차량에 주입됐다. 주유 장소와 10m 가량 떨어진 위치에서도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약 3분이 지나자 액체가 모두 들어갔다. 주유를 마친 외국인은 차량을 타고 사라졌다.
이후 같은 과정이 반복됐다. 30분을 지켜보는 사이 외국인이 탄 5대의 차량이 이곳을 찾아 기름을 넣었다.
30대 남성에게 다가가 가격을 묻자 이 남성은 "18ℓ에 2만3천원이다. 경유는 없고 휘발유만 팔고 있다. 품질이 좋다"고 답했다. 유사 휘발유를 ℓ당 1천280원에 팔고 있는 것이다. 현재 1천900원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정상 휘발유에 비해 700원 가량 싼 셈이다.
이 남성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많은 양의 유사석유를 실을 수 있는 트럭이나 승합차량이 아닌 승용차량을 이용하고 있었다. 승용차량은 진하게 선팅을 해 문을 열지 않으면 내부를 보기 어렵도록 했다.
중고차수출단지 업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남성과 같이 유사석유를 판매하는 업자들의 연락처는 외국인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었다. 이 남성은 계속 전화를 받으며 자신이 있는 위치를 설명했다. 전화를 받고 기름을 넣겠다는 차량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중고차수출단지내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차량과 관련해 필요한 모든 연락처가 공유되고 있다"며 "공유되는 연락처 대부분은 유사석유 판매와 같이 불법 영업을 하는 업체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