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민 /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요즘 대권 관련 정치인들이 전국을 다니며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대부분 지방마다 제일 또는 명품도시를 만들어주겠다고도 한다. 특히 어떤 정치인들이 해묵은 균형개발을 다시 꺼내 지방 민심을 끌어들이려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유력 정치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도시는 경제의 용광로가 아니라 정치의 교두보인 것처럼 착각해왔다. 이미 세계 유명 도시들이 무한경쟁으로 다양한 생산성을 창출하는 장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우리 수도권은 최근의 정치와 그동안의 부처이기주의에 의해 퇴행적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국토의 균형개발이 지니고 있는 참뜻을 주요 정치인들이 깨닫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우려가 높다. 이즈음에 우리 도시개발에서 무엇이 참다운 국토의 균형개발인지를 새삼 되새겨 볼 때다.

우리나라 헌법 경제의 장에는 균형개발이라는 구절이 세 군데나 등장한다. 일부는 중복규정도 있다. 이 조문들은 1970년대 이전의 상식에 기초하여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균형은 무엇을 강조한 말일까. 국토를 두부 자르듯 똑같이 나누어 개발하는 게 목적인 균형(均衡, balance)일까, 아니면 국민 모두 개발이익을 골고루 나누어 가지게 하자는 형평(衡平, equity)일까.

동서고금의 언제, 어느 곳에서나 특수전략 요충지를 육성하려는 목적이 아닌 한 국토의 균형개발을 강조하는 것은 모두가 사람들, 즉 국민들을 위한 것이었다. 국토로 인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구현해야한다는 정의의 천명이었다. 우리 헌법 또한 본래 입법목적이 국민을 위한 것이지 땅의 소유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음은 매우 자명하다.

1960년대 이전에는 서울 10, 지방 90 몫으로 인구가 지방에 산재했었다. 70년대 초에도 수도권 대비 지방은 20 대 80이었다. 이때는 지방 곳곳에 국민들이 분산되어 살았기 때문에 국토 쪼개기 개발이 곧, 사람들의 형평을 구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서 사정은 달라졌다. 비록 잘못된 정책의 결과이더라도 이미 50%에 육박하는 인구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오늘날은 헌법에 명시된 균형개발을 문리해석해서는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수도권을 개발해야만 균형개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상황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정부에서는 사람보다 땅 중심의 균형을 유독 강조하고 정치와 공권력으로 몰아붙였다. 과연 그 결과 많은 국민들은 예전보다 골고루 형평의 이익을 누리게 된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그 반대라고 단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중심의 균형이 아니라 땅 중심의 개발을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신개발지의 지주들과 개발이익을 챙기는 소수 관련자들의 호주머니는 불룩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가구 절반의 호주머니는 더 열악해졌을 것이다. 물, 녹지, 우수한 인력 등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는 우리 수도가 정치와 행정의 잘못된 국토개발에 의해 경쟁력이 낮은 비생산적 공간으로 유린당하고 있다.

우리 수도권은 다른 나라 수도권에 비해 심한 불평등의 대상이 되어왔다. 우선 입지적으로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군사시설보호에 밀려 불균형 개발만이 허용된 토지가 많았다. 또 미래의 상황을 무시한 인구 억제논리가 주도한 특별법 등에 의해 제한적 개발만 허용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회간접자본이나 다름없는 과잉 택지의 공영개발 여파의 손해를 수도권 시민들이 떠안고 있다. 게다가 인구감소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더하여 대권을 목표로 균형의 참뜻을 착각한 유력후보들에 의해 더욱 퇴행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전체의 절반 인구가 머물고 있는 수도권이 쇠퇴하면 국력도 쇠퇴한다. 국력이 쇠하면 지방 또한 쇠퇴한다.

도시경제가 한 나라 경제의 부침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를 위해 수도권이 제대로 개발되어야 한다. 지방을 희생하면서 수도권이 반사적으로 이익을 누리는 개발이 아니라, 입지조건을 최대한 살려 생산, 효율, 안전, 쾌적의 공간으로 개발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많은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형평 또한 도모할 수 있다. 지금은 수도권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국토의 참 균형개발임을 깨닫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