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 10시 30분께, 용인시 남사면 봉명리에 소재한 한 축산 농장. 자동차 한대가 간신히 진입할 수 있는 비좁은 길을 따라 발견한 축산농장 입구에는, 불에 탄 동물사체의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철제로 만든 축사 일부는 녹아 내렸고, 쓰러진 축사 안에는 숫자를 헤아리기조차 힘든 닭과 개들이 숯덩이가 된 채 널브러져 있었다.
화재를 간신히 피한 바로 옆 축사에는 살아남은 개 수백여 마리가, 처참한 현장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 개들이 갇혀 있는 케이지들도 불에 그을려, 고통속에 가까스로 생명을 건진 상태였다.
이같이 처참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이날 새벽 1시39분께 발생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 때문이다. 이 불로 양계장 2개동(1천419㎡)과 개사육장(330㎡)이 불에 타, 닭 2만2천여마리와 개 300마리 이상(농장주 추정)이 떼죽음을 당했다. 불은 소방서 출동후 40여분만에 진화됐다.
용인소방서와 농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불은 산기슭과 접해 있는 양계장에서 시작돼 불에 잘타는 보온덮개를 타고, 순식간에 개 사육장까지 덮쳤다.
축산 농장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이미 두 차례 화재가 났었다"며 "(무더위로)양계장 등에 선풍기 등을 틀어놨는데, 과열이 원인이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액을 8천만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9일 오전 합동 현장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불이 난 양계장 2동은 축협보험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정표·김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