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돼지 등 축사 화재가 한여름철에 연례행사처럼 수시로 발생, 축산 농가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축사와 관련된 소방시설물에 대한 마땅한 규제가 없어 더 큰 피해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축산농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도내 축사에서 일어난 여름철 화재는 모두 28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6건, 2010년에는 34건의 화재가 발생해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축사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화재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여름철 축사 화재는 축사들의 낡은 시설을 비롯해, 무더위속에 축사 온도를 낮추기 위해 주·야간으로 대형 선풍기를 가동하는 등 누전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8일 용인시 남사면의 축사에서 발생한 원인불명의 화재로 닭 2만2천여마리와 개 300마리 이상이 떼죽음을 당한 끔찍한 사건(경인일보 8월9일자 23면 보도)도 '선풍기 과열'로 인한 화재로 추정되고 있다. 이 농장은 지난 3월에도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한 곳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축사 등의 선풍기는 일반형이 아닌 초대형으로 과열 가능성이 높다"며 "전선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과열이 누전으로 연결돼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농장들의 화재 예방 관리는 낙제점인 상태로 화재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 화성 및 용인지역 축사들을 둘러본 결과, 소화기 등을 비치한 축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계장 바로 옆에서 전기작업을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축사 화재가 인명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농장주들은 전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가축보험 등 재산 피해를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농장 스스로 화재 관리를 소홀이 하는 부분도 있다"며 "소방당국도 축사 화재에 대한 사전관리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