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성옥희기자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지방분권 강화 등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18대 대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론'은 여야 경선 과정에서 후발주자들의 문제 제기로 촉발됐다. 여기에 유력주자들이 가세하면서 다양한 개헌론이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개헌론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현행 대통령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로 군부독재와 장기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시대 상황에 따라 도입된 측면이 크다. 그로 부터 25년이 흐른 만큼 새로운 시대에 새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대통령제는 제왕적인 집중권력에 따라 매 정권마다 어김없이 비리와 부패를 낳으며 '불행한 대통령'을 양산해 왔다. 고질적 권력 비리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토양을 제거하면 한결 깨끗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여야 대선주자들 대부분이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은 정치세력간 첨예한 이해 관계가 걸려있는 사안이다.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여야간 대연정도 필요하다. '산넘어 산'을 돌파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결국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대통령제 개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국민적 공감대'와 '다음 정부에서 추진'이라는 전제하에 4년 중임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지난달 17일 새누리당 대선 후보 초청 SBS '시사토론'에 출연,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개헌론을 직접 언급했다.

박 후보는 이날 "저는 아시다시피 4년 중임제를 지지해 왔다"며 "그렇게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가지 부패도 더 심하고 정책의 연속성이라든가 여러 가지를 생각할 때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개헌을 할 때는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추진해야 하지 않는가. 그것이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에서는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중 문재인 상임고문은 "정권 교체 시기에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개헌에 소극적이다. 대신 참여정부 중반때처럼 총리가 내정의 상당 부분을 맡는 책임총리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또 개헌을 하더라도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를 선호하고 있다. 문 고문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해 '연립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개헌에 부정적이다. 손 고문은 "지금의 헌법정신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정당정치의 문제점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에서부터 개헌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며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로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정세균 상임고문은 개헌에 적극적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7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5년 단임제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문제가 있고 3년만 지나도 레임덕이 와 국정 마비가 오지 않았느냐"며 4년 중임제 도입을 주장했다. 더 나아가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1년안에 국민투표를 거쳐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합의 전제'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 고문 역시 4년 중임제가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정 고문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국민이 걱정하고 있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게 옳다"면서 "개헌특위를 설치해 대선주자들이 자유롭게 입장을 밝히고 지금부터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야권 유력주자인 안 원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안 원장은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일수록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는게 아니라 견제장치가 잘 작동하게 돼있다. 권력의 집중화를 견제하는 기관들을 지금부터라도 잘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지금도 총리제의 입법 취지를 잘 살리면 어느 정도의 분권이 가능하다"고 밝혀 분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지방분권 강화

대통령제 개헌 문제와 맞물려 권력구조 개편의 한 축인 지방분권 강화 문제도 대선 국면에서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를 비롯한 지방자치 4대 협의체는 지난 6월 지방분권특별법 제정, 지방분권 개헌,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국세와 지방세의 합리적 재배분,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불을 지폈다.

지방분권 강화 문제와 관련, 박근혜 대선 후보는 지방재정분권 강화를,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역발전 7대 정책 5대 분권을, 손학규 고문은 중앙권한 지방이양법을 각각 약속했다. 지방분권 문제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가장 적극적이어서 17개 광역자치단체를 5~6개 광역지방정부로 개편하고 지방정부 조세권을 강화하는 한편 지방검사장 직선제, 경찰·교육 자치 방안 등을 내놓은 상태다.

여야 대선 후보들 대부분이 지방분권 강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분권형 개헌이나 구체적인 법률 개정의 목표까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중앙정부의 권력구조 개편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분권 문제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커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김순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