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금은 집주인에게는 부채가 되지만 세입자에게는 자산으로 간주되어 가계대출 통계에도 잡히지 않지만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부채나 다름없다.
정부 장려하는 전세금 대출
서민 가계부채 부담 가중
주택가격 폭락 시점 불구
폭등시기 규제 유지, 큰 문제
전세금 대출 남발 막고
주택시장 안정화 필요
전세금 대출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적어도 세 주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 없는 사람들에게 전세라도 살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이유에서 전세금 대출을 장려한다.
금융권은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요즘 이자 수입에다 수수료까지 챙기니 효자 상품이나 다름없어 1금융권은 물론이고 2금융권, 보험사, 카드사, 캐피털 회사들 모두가 전세금 대출에 열을 올린다. 세입자들은 어떤가? 대출 기준으로 삼는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등급 이상이 되면 일반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전세금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1금융권에서 전세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계층은 과거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주택구입 잠재력이 높은 계층에 속한다. 기존의 전·월세 보증금에다 예금·적금 등을 보태고, 여기에 대출을 받으면 국민주택규모의 주택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부담이 되지만 열심히 살다 보면 자산가치가 늘어나는 것으로 상쇄가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자산의 가치를 늘려가면서 중산층에 진입하는 희망의 세상을 살 수 있었다.
이들 잠재적 주택수요 계층이 요즘에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30~40% 정도 주택가격이 하락한 지금 상황에서 집을 사야 하는 건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극도로 주택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것은 바로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잠재적 수요계층이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집을 구매하지 않고 기다리며 전세로 눌러앉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걱정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있는 계층에는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나라 경제나 서민 경제를 생각해 볼때 옳은 방향이 아닌가 싶다.
대출을 받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집 가진 사람에게는 비용을 과다하게 물리고 전세 사는 사람에게는 서민일 것이라는 전제하에 비용을 물리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주택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주택소유자를 투기꾼으로 몰고, 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거주하는 것이라고 정부가 나서 홍보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만약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잠재적 주택수요 계층이 집을 사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정부에서 공공 임대주택을 늘린다고 하지만 그 비율은 전체 주택 수의 5%에도 못 미친다. 국민세금을 무리하게 집어넣어 공공 임대주택을 짓는다고 해도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데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하기 힘들다. 나머지는 집을 사야 할 사람들의 몫으로 남는다.
그러니 정부는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에게는 집을 살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고, 집을 가지고 있는 계층에게는 비용을 줄여 주는 것이 옳다. 또한 주택가격이 요동치지 않도록 주택시장을 적절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다.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폭락하는 것도 큰 문제다.
주택가격 폭락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과거 주택가격 폭등시기에 도입한 관련 규제를 그대로 유지해 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전세가격이 급등한 데는 전세금 대출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전세 수요가 늘고 이로 인해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금 대출의 남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과 함께 근본적으로 전세 수요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계층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무엇보다도 주택가격 폭락에 대한 시장불안 심리를 해소해서 주택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