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문화 중심지였던 道
당정 옥로주·화성 부의주 등
맛·향 빼어난 전통주 많아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
정부의 지속적 지원과 함께
도민 적극적 관심 필요
우리나라에는 서민 생활의 애환을 담은 막걸리를 비롯하여 지방마다 특색 있는 전통주가 많다. 전통주는 선조들의 지혜와 풍류, 장인정신이 녹아 있는 역사적 산물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곡물과 과일을 사용했기 때문에 전통주는 지역 특색을 보유하고 있고, 지역민들의 희로애락, 역사와 문화도 어우러져 있다.
조선시대부터 문화와 물류의 중심지였던 서울·경기 지역은 뛰어난 전통주가 많다. 경기도의 남양주 계명주, 화성 부의주, 당정 옥로주, 남한산성 소주 등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맛과 향이 빼어나다.
우리 술의 소중함을 다시 인식하고 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25일부터 나흘간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2012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가 열렸다. 우리술 대축제에는 전국 118개 업체 260여종의 전통주가 나름대로 우수성을 자랑하고 독특한 맛도 선보였다.
이외에도 전국의 전통명주가 전시되는 '팔도 명품관'을 비롯하여 전국 막걸리 업체들이 참여하는 '막걸리 산업전', 주종별 최고 명품주를 선정하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등이 동시 개최되었다. 각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주가 행사에 참여하여 널리 홍보되고 우리 전통주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증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주 산업은 맥주, 희석식 소주 등 대중적인 술에 비해 규모나 인프라, 마케팅 역량이 취약하다. 일제시대 가양주 탄압정책, 1960년대 양곡관리법에 따른 순곡주 제조 금지정책 등으로 전통 술이 어려움을 겪은 아픈 역사도 있었다. 전통주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 품질 향상과 기술개발, 유통 합리화, 마케팅 강화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통주업체가 영세하여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도 미흡하다. 전통주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막걸리의 경우도 총 500여 막걸리 제조업체 중 상위 3개 업체가 전체 매출액의 50%를 차지할 정도다.
정부는 취약한 전통주 산업 발전을 위해 전통주 인프라 확충, 품질개선, 홍보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된 여러 전통주 행사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통주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전통주를 육성하여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준 선진국 사례를 볼 수 있다. 영국은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스카치 위스키(Scotch Whisky)를 세계적인 술로 만들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영국산 보리 사용증진을 통해 지역경제를 발전시켰다.
미국도 지리적 표시제, 다양한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캘리포니아 와인을 유럽 전통와인과 대등한 수준으로 육성하여 와인 수출을 촉진시키고 있다. 포도 재배 중심지인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지역에는 연간 3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관광수익도 크게 올리고 있다.
우리 전통주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전국적으로 수백가지의 전통주가 있고 특색 있는 가양주도 즐비하다.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막걸리는 해외 각국에 수출되며 지난해 수출실적이 약 5천300만달러이다. 우리술 대축제 개막식에 참석한 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필자에게 "정권이 바뀌어도 이 행사를 계속하느냐"고 물었다. 전통주 산업 육성의 중요성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강조한 질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술은 우리가 지키고 육성해야 한다. 전통주 산업의 발전은 지역경제 발전과 직결되고, 지역 문화와 역사를 지키는 일이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미국의 나파밸리 와인처럼 경기도의 전통주가 경기도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경기도의 문화·관광자원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도민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