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됐는데 당사자만 그걸 모르고 있다니…'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인천 송도 유치가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여야 정치권이 GCF 기금 운영 및 전략을 마련해 줄 국제기구인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 국회비준 동의안 처리에는 손을 놓고 있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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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0년부터 1천억달러(약 120조원)를 모금, 향후 수 백조원의 기금으로 운영하게 될 GCF를 유치해 놓고도, 이 기구를 뒷받침해 나갈 또 다른 국제기구의 비준동의안을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4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는 GCF송도 유치 이후 'GGGI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를 외면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9월부터 진행된 이번 정기국회의 예산 결산 심사에서 지난 2010년 부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GGGI의 부실 운영과 예산 과다집행에 따른 부당성을 제기하면서 여야 합의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당시 민주당은 지난 2010년 부터 올해 까지 3년여간 340억원이 지원된 GGGI의 예산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조직 구성과 내부 규정 미비, 회계부실 등을 이유로 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국회비준동의안은 국회 상정도 못하고 있다가 경쟁국인 독일이 이를 문제삼고 나오자 GCF 송도유치(10월20일) 직전인 지난달 5일 전격 상정했다.

국회는 이후 GCF유치가 확정됐으나 감사 결과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처리를 미루고 있고, 향후 결과보고서가 나오더라도 연말 대선이 임박한 데다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얽히면 처리 여부는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경인지역에서는 GCF 유치 직전에 뒤늦게 지지를 선언하며 서로 생색은 다 내놓고, 후속 처리는 미루고 있는 정치권의 이중적 행태에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최근 GGGI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라스무센(전 덴마크 총리) 의장은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됐는데 유독 백조만이 아직도 미운오리새끼로 알고 있다"며 국회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국회 한 관계자도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인 GCF를 유치 해 국격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방치되는 것 같다"며 "결국은 현 정권의 치적이 될 국제기구 신설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시기'와 '반발'이 발목을 잡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