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지를 절개해 달아놓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쉬고 있는 찬미를 엄마 아이네스(32)씨가 보살피고 있다. /선보규기자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막상 병실에 누워 있는 딸 찬미 생각만 하면 이규종(48)씨와 부인 아이네스(32)씨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맺힌다. 5개월 전 장애를 안고 태어난 딸 찬미.

찬미는 이런 아빠,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울지도 보채지도 않는다.

뱃속 '유아증후군' 포기안해
5개월째 산소 호흡기 의존
수술후 재활치료 비용 막막
팍팍한 가정 용기 잃지않아


지난 20일 찬미가 입원해 있는 동국대 일산병원을 찾았다. 한창 엄마젖을 물고 있어야 할 찬미는 코에 달아 놓은 튜브를 통해 우유를 먹고 있었다. 우유가 튜브를 타고 바로 위로 넘어가는 터라 우유맛도 느끼지 못한단다. 찬미는 기관지를 절개해 달아 놓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쉬고 있었다. 식도와 기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점이 없는 찬미의 눈은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가 고파도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도 찬미는 울지 않는다. 아니 울지 못한다. 이씨가 조심스럽게 찬미의 바지를 내리고 다리를 보여줬다. 태어날 때부터 'O'자 모양으로 구부러진 다리는 펴지지도 굽혀지지도 않았다. 얼마 전 수술한 발목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이씨는 "다리뿐 아니라 언어장애도 우려되고 앞으로 치료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며 "얼마 전 찬미 심장이 갑자기 멎어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돼 머리에 큰 손상을 입었는데, 눈에 초점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했다. 찬미는 앞으로 다리를 억지로 편 다음 석고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찬미의 다리를 어루만지던 이씨는 조용히 울음을 터트렸다.

이씨 부부는 지난 2007년 교회 목사의 소개로 만나 그해 필리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아이네스씨는 필리핀 신학대학을 다니면서 교회 전도사로 활동중이었다. 이들은 한국으로 넘어와 넉넉하진 않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었다. 결혼 4년 만에 그토록 바라던 첫째 아들 승찬이도 태어났다.

하늘이 이들의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던 걸까. 승찬이를 낳고 바로 갖게 된 둘째 찬미가 뱃속에서부터 심상치 않아 보였다. 임신 4개월 만에 찬미의 양 다리가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임신성 당뇨에 따른 유아증후군. 그래도 부부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씨는 "처음에 찬미를 포기하자고 아내를 설득했지만, 꼭 낳겠다는 아내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며 "그때만 해도 다리장애는 불편할 뿐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아내를 믿고 찬미를 낳게 됐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신 30주에 양수마저 터졌다. 결국 지난 7월 24일 찬미는 미숙아로 세상에 나왔다. 이씨와 아이네스씨는 그래도 '하늘이 준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감사히 키우겠다고 하나님과 약속했다.

아이네스씨는 시간마다 '석션'으로 찬미의 가래를 뽑아내는 게 일이다. 밤에 자다가도 매 시간 일어나 가래를 뽑아줘야 해 출산 후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다. 그래도 찬미가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아이네스씨는 "찬미한테 너무 미안해서 마음이 아프다"며 "찬미가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유도 잘 먹고, 소화도 잘 시키고 팔과 머리를 계속 움직이는 것을 보면 분명 희망이 있다"고 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이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당장은 큰 비용이 들지 않았지만, 수술과 재활치료를 하고 특수학교에 보내려면 지금 형편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씨는 인천의 한 중공업회사의 하청업체에서 최저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이씨는 매일 밤 찬미 머리에 손을 얹고 이렇게 기도한다. "찬미라는 선물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찬미가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희망과 용기와 지혜를 주세요…."

후원 문의: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본부(032-875-7010), 홈페이지(www.childfund-incheon.or.kr)

/김민재기자

경인일보·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