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시장 침체 가장 큰 원인
집 갖고 있다는 이유로 역차별
제도, 사회적 상황 반영하는 것
이중세율 적용·중과세 대신
다른 재화처럼 중립적 과세해야
징벌(懲罰)의 사전적 의미는 옳지 아니한 일을 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을 뜻하는데,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가격이 급등할 때 보유와 매매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그동안 정부는 징벌적 성격의 부동산 조세제도를 운영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을 팔 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이다. 1967년 토지 양도 차액의 50%를 과세하는 부동산투기억제세로 도입되어 1974년부터는 건물 양도 차액에도 확대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양도 차익을 자본적 이익(소득)으로 인정하면서도 종합소득세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로 분류 과세하고, 기본적으로는 6~38%의 세율을 적용하지만 2년 미만의 보유자와 다주택자에게는 50~60%까지 중과세(重課稅)한다는 점이다.
이중과세 혹은 세금폭탄 등의 비판과 함께 최근 주택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양도세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초과하고, 공급과잉으로 미분양 물량이 넘치며, 가격은 하향안정화를 넘어 폭락의 조짐마저 예견되는 가운데 거래가 실종되는 이른바 총체적인 부동산시장의 문제를 감안해 볼 때 아직도 양도세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주택을 공공재로 간주하는 일부의 견해도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택은 엄연한 개인의 자산이다. 중산층이 몰락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의 급락에 있으며 이들을 더욱 불안케 하는 것은 지속적인 가격하락과 함께 거래 침체로 출구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대출이자와 중과세로 가계 부담이 크다는 데 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주택을 사고팔아 큰 차익을 향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오히려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역차별을 받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집을 가지고 있으면 건강보험료는 물론이고 국민연금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조그만 집을 가지고 있는 사회기초수급자도 불이익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열심히 일해서 내 집을 갖는다는 보편적이고 건전한 가치가 이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려 그동안 주택보유자를 투기자로 간주하고 징벌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사회의 모든 제도는 절대적인 것이 없다. 제도는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고 변화를 수반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는 고쳐야 하고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배분에 왜곡현상이 생겨서 투기의 대상이 되었던 시대에 만들어진 징벌적 조세수단은 그 수명을 다했다고 보아야 한다.
주택은 특수성이 있는 재화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서 다른 모든 재화와 마찬가지로 중립적으로 과세(조세중립성)해야 한다. 이중세율을 적용하거나 종합소득세와 별도로 분류해서 중과세하는 것은 조세공평주의에도 어긋나는 것이므로 개선해야 마땅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시키는 일이다. 6개월 혹은 1년 단위의 중과세 유예와 같은 미온적인 조치로는 고사상태에 빠진 부동산시장을 살릴 수 없다. 기본 세율만으로도 양도 차액의 38%까지 징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중세율을 적용하여 양도 차액의 50~60%를 징수하는 것은 조세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양도소득세 자체를 폐지하는 과감한 결단도 검토되어야 한다. 이미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거래가 제도가 정착되어 주택 거래와 돈의 흐름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양도세가 아니더라도 거래 차익은 얼마든지 종합소득세로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