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경기도는 오래전부터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서울과 묶여 각종 정책에 있어 역차별을 받아왔다. 그리고 법원 접근성에 있어서조차 '평등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고등법원의 미설치로 인해 그동안 수만명의 도민들은 항소심을 치르기 위해 생업까지 내팽개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출석해야 했다. 또 지역에 있는 변호사보다 훨씬 높은 수임료를 주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서울고법 근처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다. 그래야 재판에 이길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민들은 항소심 재판 시 시간낭비와 비용부담이라는 이중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충청도에는 대전고법이, 경상도에는 대구·부산고법이, 전라도에는 광주고법이 각각 설치돼 있고,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원외재판부는 제주, 전주, 청주, 춘천, 창원 등 5개소가 설치돼 있다. 경기도가 도대체 이들 지역보다 못한 것이 무엇인가? 경기도에 고등법원이 없는 이유는 1차적으로 도내 국회의원들과 지자체 단체장들의 의지 부족이 원인이다.
도내 국회의원들이 지난 2007년부터 세차례나 경기고법 설치 법안을 발의했지만, 두 번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고 지난해 발의된 법안이 지금까지도 국회에서 계류중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또 경기도지사와 수원시장 등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에게 경기고법 유치의 당위성을 알려야 했지만, 선거공약 우선순위에 밀려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것이 못내 아쉽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경기도와 수원시가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와 연대해 경기고법유치 TF 팀을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해 다행이다. 고법유치를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고법설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좀더 세밀한 전략을 짜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 경기도와 수원시, 시민단체 모두 함께 고등법원이 설치되기 위한 최적의 위치는 어디인지, 법원행정처에서 예산타령을 하며 고법설치에 난색을 표하면 어떤 대응 논리로 맞설 것인지, 경기고법설치로 인해 오히려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는 경기 북부 주민들을 위해서는 어떤 편의를 제공할 것인지, 설득력 있는 논리와 행동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