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부지도 운용가능… 별도 건설 사례없어
3천여억 재원 확보없인 법안 통과도 어려워
경기고등법원 설치와 관련해 경기도와 수원시,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정작 경기고법 설치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법원(법원행정처)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설사 고법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수원 광교 법조타운에는 고법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봐도 그렇다.
현재 고등법원이 설치돼 있는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5개 지역에는 모두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이 같은 부지에 위치해 있다.
또 광주고법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고법은 모두 지방법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표 참조
고법과 지법이 꼭 같은 곳에 위치해야만 하는 법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법·지법이 함께 있는 것은 업무의 연계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고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설계변경의 어려움, 주차 부지의 협소 등을 이유로 유독 수원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만약 경기고법이 관할 구역과 인구 규모에서 비슷한 부산고법의 수준으로 지어진다면, 현재 지상 17층으로 설계 중인 수원지법 신청사에 4개층 가량 증축하면 된다.
주차공간이 협소하다면 겨우 지하 1층으로 설계된 지하 부분을 더 늘리면 될 것이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이 따로 떨어진 사례가 없는데, 법원행정처는 수원지법·지검이 신설되는 광교 법조타운 부지에 고법이 들어서는 것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며 "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설계변경비용과 건축비용만 추가하면 현 부지에 얼마든지 고법과 지법을 모두 운용할 수 있는데, 국회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굳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고법을 짓겠다는 것은 예산낭비일 뿐 아니라 국민정서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 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던 한 국회의원은 "경기고법·고검이 설치되려면 3천여억원 정도의 재원이 마련돼야 하는데, 우선은 법원행정처가 고법 설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그에 상응하는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그렇지 못하다"며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면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경기고법 신설 법안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해철(안산 상록갑) 의원은 "경기고법 설치 법안은 지난해 12월에 소위원회로 회부된 이후 아직까지 아무런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
더구나 경기고법 관련해서는 예산이 국회 차원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 일단 기획재정부와의 예산 협의가 안 된 상황이라 현재로선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 같고, 다음 회의 때는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구체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교신도시연합회 측은 "그동안 경기고법 설치와 관련해 말도 많고 최근에는 부지선정 논란까지 있어 광교주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관련법안 통과 준비가 이 정도로 지지부진할 줄은 몰랐다"며 "광교주민들은 대부분 수원지법·지검이 들어서는 법조타운 부지에 고법이 신설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루 속히 지자체 단체장들과 도내 국회의원들이 합심해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선회·신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