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시작이 임박한 가운데 차기 교황 후보에 대한 예측이 무성하다.

지난 1천200여년 동안 유럽 출신의 교황이 계속돼 왔으나 이번에는 비유럽권, 혹은 아프리카에서 교황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콘클라베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비유럽권 후보 중에는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피터 턱슨(64) 추기경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2010년 8월 런던을 방문할 때 턱슨 추기경을 대동하면서 그는 차기 교황 후보로 이름을 알렸다.

턱슨 추기경은 일찌감치 대망을 드러냈다.

그는 베네딕토 16세와 런던을 방문할 당시 "언젠가 흑인이 교황으로 선출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못 될 이유가 있나요?"라고 반문했고,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후 비슷한 질문을 받고도 "물론"이라며 흑인이 교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흑인 교황 대표 주자로 자신을 부각한 것이다.

턱슨 추기경 외에 나이지리아의 프랜시스 아린제(80) 추기경과 교황청 주교성성 장관인 캐나다의 마크 웰레(68) 추기경도 턱슨 추기경과 경합할 비유럽권 후보군에 포함된다.

나이지리아의 프랜시스 아린제 추기경은 이미 지난 2005년 교황 선출 당시 근소한 차이로 베네딕토 16세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턱슨 추기경이나 아린제 추기경이 교황에 오르게 되면 가톨릭 교회는 지난 496년의 겔라시우스 교황 선종 이래 1천504년만에 아프리카 출신 교황을 맞게 된다.

비유럽권 교황에 대한 기대는 가톨릭 내부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유럽의 가톨릭 신자는 2억7천700만명에 불과하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합치면 3억명이 넘는다.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는 브라질이다. 또한 유럽 중심의 가톨릭 교회의 보수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115명의 절반 이상인 60명이 유럽 출신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 60명중 이탈리아인 추기경이 28명이다.

이탈리아 언론들이 교황 선출과 관련된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장 활발하게 후보를 점치고 있다.

라 레푸블리카와 라 스탐파 등 이탈리아 신문들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안젤로 스콜라(71) 추기경과 브라질의 오딜로 페드로 스체레르(63) 추기경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스콜라 추기경은 미국과 독일 추기경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개혁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바티칸과의 교류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체레르 추기경은 교황청 내의 주류를 이루는 추기경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교황청 내에서 교황 다음 서열인 교황청 국무원장 자리를 내부 인사로 채우는 대신 유럽 이외 지역의 인물을 교황으로 선택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도박사이트의 예측 1위 후보도 이탈리아 출신 스콜라 추기경이다.

배당률 통계 사이트인 오즈체커(Oddschecker.com)에 따르면 13개의 베팅업체가 점친 후보별 선출 가능성을 합산한 결과 스콜라 추기경이 평균확률 23%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아프리카 출신의 턱슨 추기경은 평균확률 22%로 스콜라 추기경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두 추기경에 이어 이탈리아 출신 타르치시오 베르토네(78)가 평균확률 16%로 3위, 안젤로 바크나스코(70)가 10%로 5위에 올랐다.

캐나다 출신 웰레 추기경은 평균확률 12%로 4위를 기록했다.

스콜라 추기경을 비롯해 이탈리아 출신 후보들이 상위권 후보 25명 가운데 7명이나 포함되면서 강세를 보였다.

마지막 비유럽 출신 교황은 시리아 출신이었던 그레고리오 3세(731년)다.

1523년 네덜란드인 교황 하드리아노 6세가 즉위한 이후 455년 만인 1978년 비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됐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가 재위한 35년을 제외하고 이탈리아인 교황이 계속된 것이다. /브뤼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