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홍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고객이 겪은
불쾌한 경험·불친절·空約 등
한번의 사소한 실수가
기업 전체에 악영향 줄수도…
정부·공무원도 권력자역할 아닌
국민을 '섬기는고객'으로


오늘날 기업들은 고객을 기업의 중요한 자산 가치로 여겨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든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해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려고 하는 고객관계관리 전략(CRM :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사소한 실수나 상품 결함에 대하여 불평 고객들에 의해 그 내용이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삽시간에 전파되면 다른 일반 고객들까지도 그 기업을 떠나게 되고 기업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고객의 불평과 관련된 이론으로 '깨진 유리창의 법칙' 이론이 이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론은 범죄학에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둔 이론으로 단지 유리창을 조금 파손시켜 놓은 것뿐인데도 그것이 없던 상태와 비교해서 약탈이 생기거나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을 말하는데, 이를 마이클 레빈이 비즈니스 세계에도 접목하면서 고객관리 이론으로 유명해졌다. 이 이론의 요지는 고객이 겪은 한 번의 불쾌한 경험, 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 정리되지 않은 상품, 말뿐인 약속 등 기업의 사소한 실수가 결국은 기업의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관련된 사례들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국제적으로도 많다. 과거 부산저축은행사건은 저축은행 전체에 뱅크 런 사태를 초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된 일부 공직자들의 행동은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국제적으로도 유로 존 국가 GDP의 0.2%만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나라인 키프로스의 국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유로 존 국가 뿐만아니라 국제 금융시장 전체에 충격을 주기도 했고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준 바 있다.

이처럼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사소한 대민 서비스 부문에서의 국민들의 불평, 불만들이 쌓여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정부는 거창한 구호나 비전으로만 국민이라고 하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정부는 고객관리를 잘할 수 있을까? 우선 정부의 고객을 잘 파악하여야 한다. 정부의 고객은 누구인가? 당연히 국민이 정부의 고객이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국민들을 섬기는 대상이라기보다는 민원인의 관계가 형성되면 갑의 관계에 위치하는 경우가 더 많다. 고객을 섬기는 위치보다는 국민들이 아쉬울 때 부탁하는 권력자로서의 역할을 할 때가 더 많은 것이다. 정부 공직자들도 기업이 고객을 섬기는 것처럼 국민들을 '섬기는 고객'으로 대하여야 한다. 고객을 섬기는 방법은 특별한 왕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민원인과 국민들을 대할 때 세심한 친절과 배려, 동네 깨진 가로등 하나도 즉각 교체될 수 있도록 꼼꼼함과 정성이 필요하다.

정부의 고객은 국민들뿐만이 아니라 정부 서비스를 수행하는 대다수의 공무원들도 대통령이나 장관의 입장에서는 고객이 된다. 기업의 CEO 입장에서도 그 기업의 직원들부터 고객이 된다. 이를 직원관계관리(Employee Relationship Management)라고도 한다. 정부 고위층들은 부서 공직자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함은 물론 부서 직원들을 상하관계가 아니라 고객으로 대하여 정부의 정책 취지를 잘 설명하고 홍보하여야 한다.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우체국 집배원이 산골의 한 할머니께 우편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과금도 내주고 장도 봐 주는 등 마음과 정을 배달하고 나누는 것을 보고서 훈훈함과 감동을 느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공직자들도 이와 같이 정성과 마음으로 국민들을 대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정성과 마음으로 국민들을 대하고 있는 공직자들이 많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김순홍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