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미 굿네이버스 경기남부지부,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장
지난 4월 대구에서 뇌출혈 상태인 27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가 구속되었다. 친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사망하기 전까지 기저귀를 잘 갈아주지 않았던 것은 물론,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딸아이에게 적절한 음식물조차 주지 않고, 심야영화를 보러가는 등 상습적으로 아이를 방임하였던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며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사건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조사 과정 중 밝혀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모습이었다. 아동의 사망 후 의사는 아동이 질병으로 숨지지 않은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목욕탕에서 넘어졌다"는 친모의 말을 듣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은 채 부검을 거치지 않고 사망 종류를 병사(病死)로 처리했다. 아동복지법에 의해 직무상 아동학대 사실을 알게 되면 의무적으로 신고하여야 하는 신고의무자의 무관심하고 안일한 대처로 시신은 결국 부검되지 못한 채 화장되었다.

매년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하는 아동학대사례의 83% 이상이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은밀하게 상시로 발생하고 있어 학대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아동학대가 발견되기 위해서는 아동 관련 전문적인 직종에 종사하거나 아동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동을 보호, 교육, 상담, 진료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위 직종의 종사자들이 아동학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지 못하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서의 의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비극이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신고의무자에게만 있는 것일까. 지난 1월 고양에서는 약 6년간 반지하 방에 방치된 채 질병과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려온 세 자매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들의 생명을 지켜낸 것은 이웃의 신고. 그 신고가 없었다면 세 자매는 과연 얼마나 더 아파해야 했을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이웃이며,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갖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신고의무자 및 전 국민 대상 아동학대 신고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 경기도의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가 협력하여 각 시·군에서 다양한 아동권리교육과 아동학대예방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지역사회 구성원의 아동권리 침해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경기도 지자체 및 유관단체들의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관심, 협력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로 경기도지역은 전국 1위의 아동학대 발견율을 보이고 있다.
아동학대를 발견하고도 묵인하고 지나치는 것 또한 '아동학대'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는 아동학대의 근절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을 항상 가지며, 우리들의 미래인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모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김정미 굿네이버스 경기남부지부,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