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충원 강남대 교수·산학협력단장
적정한 대지·건축면적 따져보고
건축비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신공법과 자재 개발 해야하고
또 낮은 산지나 구릉지 활용등
토지공급과 관리비 낮출 수 있는
新주거문화 창안 확산시켜야


처음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도입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전체 주택중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신조어가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아파트는 짧은 기간내에 대량으로 집을 공급하고 전기·가스·통신 등 편리한 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규격화된 상품으로 거래를 용이하게 한 점도 있다. 집이 턱 없이 부족하던 시대에는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다보니 가계의 자산증식 수단으로도 한 몫 했다.

아파트가 과다하게 늘어난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획일적인 경관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폐쇄적인 아파트 단지가 도시 맥락을 끊어놓고, 수직적인 건물로 주변을 위협하고,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접촉과 교류를 어렵게 만들었다. 아파트라는 공간에 갇혀 남의 눈치 안보며 편리하게 사는 대가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공존하고 공유하는 방법도 잊게 해 주었는지 모른다.

더 심각한 것은 아파트의 과잉 공급이다. 돈이 된다는 이유에서 짓고 사들인 아파트가 가격이 폭락하면서 가계부채와 기업 도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취득세를 낮추고 양도세를 손댄다 해도 주택시장의 총체적 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주거문화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집을 짓고 사고팔아 이익을 보려는 '상품으로서의 주거'가 생활의 가치를 보다 중시여기는 '거주공간으로서의 주거' 개념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집의 개념 자체가 종전 '자산의 가치'보다는 '거주의 가치'를 보다 우선시하게 될 것이다.

작은 마당을 쓸고 화단을 가꾸는 일상의 즐거움, 좁은 계단으로 아이들이 오르내리고 작은 다락방에서의 숨바꼭질, 뭔가 뚝딱거리며 만들 수 있는 창고 겸용의 차고, 집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이웃과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교류할 수 있는 정경은 대부분의 도시민들이 꿈꾸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 변화에 맞춰서 아파트 일변도가 아닌 새로운 주거문화를 창안해 내어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주택(단독 혹은 집합)은 살고 싶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불편하다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적정한 대지 면적과 건축 면적을 검토해야 하고, 건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신공법과 자재를 개발하도록 지원해야 하며, 낮은 산지나 구릉지를 활용하는 등 토지 공급과 주택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말이다.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 아파트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킨 장본인은 정부였기 때문에 새로운 주거문화를 선도할 책임도 정부에게 있다. 공급과잉·가격폭락 등 지금의 주택시장을 감안할 때 아파트 일변도의 신도시 건설사업은 중단해야 한다. 교외지역의 계획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면 중·소규모로 주택신도시를 개발하여 대도시와 연계시키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종전 방식과 같은 대규모 신도시는 광역처리시설 등의 비용이 과다하게 들기 때문이다. 불필요하게 높은 공원녹지율과 도로율 등은 줄이고, 크고작은 규모의 단독필지와 연립필지, 그리고 제한적인 저층(아파트)지구로 구성된 이른바 '주택 중심의 신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아파트를 지으면 주거 밀도를 높여서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논리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층이 높아지면 건물 사이의 간격은 넓어져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저층이나 집합주택의 밀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아파트와는 달리 주택의 경우 낮은 산지나 구릉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으로 토지를 조성할 수 있어서 토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대부분 주택 중심의 신도시를 만든 선진 외국의 경험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충원 강남대 교수·산학협력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