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 아빠를 처벌해 달라는데…'.
자녀들이 꾸지람을 듣거나 매를 맞았다는 이유로 부모를 신고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이 사건처리 때마다 법 적용을 놓고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는 "휴대전화를 왜 팔았냐"고 따지는 딸 A(17)양의 뺨 등을 때린 혐의(폭행)로 아버지 B(48)씨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A양은 B씨가 싸움을 말리던 엄마도 벽으로 밀치자 경찰에 신고했다. A양과 엄마는 B씨의 처벌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앞서 경기도 수원에서는 9살짜리 꼬마가 엄마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욕설을 하는 아들 C(9)군의 뺨을 때린 혐의(폭행)로 엄마 D(43·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D씨는 스마트폰 게임을 그만하고 밥을 먹으라고 C군을 꾸지람하자, 아들이 욕을 해 화를 참지 못하고 뺨 등을 때렸다. C군은 엄마가 경찰에 연행된 뒤에야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인천시 계양구에서는 E(49)씨가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빼낸 딸 F(14)양을 때렸다가 동생(12)의 신고로 입건됐다.
최근 들어 자녀가 부모를 신고하고 처벌을 요구하는 사건이 늘자 경찰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조금 꾸중을 들었다거나 매를 맞았다고 자식이 부모를 신고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부모님과 화해를 하라는 식으로 설득하면 '경찰에 신고했는데 왜 처벌을 안 하고, 합의를 종용하냐'는 항의도 받을 수 있다"며 가정폭력 처리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자 인천지방경찰청은 법원 판례와 검사 협의 등을 통해 내부 지침을 만들었다.
서울중앙지법 등의 판결을 보면 교육적인 목적 등 사회통념에 반하지 않는 친권자의 정당한 행위인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신고된 가정폭력 사건이 불구속 사안에 해당하고 피해자(자녀 등)가 처벌을 원하더라도, ▲훈계차원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같이 계속 생활해야 하는 경우 ▲상습성이 없는 우발적 행위 ▲기타 화해 계도가 가능한 경우 등은 죄를 묻지 않는다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더불어 피의자 신문조서 대신 진술조서를 작성해 2주간 숙려기간을 거쳐 피해자의 처벌의사와 가정유지 상태를 재확인한 뒤 사건을 처리키로 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전통적인 효 사상과 국민 정서에 반하는 기계적인 법 집행은 문제가 있다"며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형사처벌보다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가정보호사건 의견으로 송치하고, 경찰서별로 가정보호사건에 대한 자체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승재·홍현기·김주엽기자
자녀가 부모 신고, 법대로 처벌?
사건 잇따라 법 적용 놓고 당혹… 인천경찰, 지침 만들어
친권자 정당행위는 미처벌
"효사상 반하는 집행 안돼"
입력 2013-08-2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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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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