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 '2013년도 추가경정예산'이 상정되기 직전 민주당 신학용(인천계양갑) 의원이 급작스레 5분 발언을 신청한 뒤 단상에 올랐다.

굳은 표정의 신 의원은 격앙된 목소리로 "상임위에서 결정해 올린 예산을 예결위에서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삭감해 버렸다"고 성토하며 의원들의 배려를 호소했다. 하지만 예결위에서 증발된 인천대 송도캠퍼스 증축 85억원 등의 공약 예산은 끝내 복원되지 않았고 신 의원은 울분을 삼키며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새누리당 정병국(여주·양평·가평) 의원의 경우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 이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준비했지만, 정부는 지난 4월 국무회의 상정을 잠정 보류했다.

비수도권 여야 핵심 의원들이 "비수도권 대학의 존폐 위기가 달린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 이에 정 의원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 박상은(인천중동옹진) 의원은 지난 5월 국회에서 서해5도 지원 대책으로 노후 주택 개량 10억원, 일자리 창출 4억5천만원 등을 확보, 휘파람을 불었다.

민주당 박기춘(남양주을) 의원도 지역구 현안과 관련된 예산 748억원을 확보한 뒤 "교통 체증으로 많은 불편을 겪고 계신 시민 여러분께 희소식이 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는 등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국회 회기가 열릴 때마다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풍경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공약과 관련된 예산 확보, 법 통과 등을 위해 사활을 걸다시피한다. 초선임에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처럼 특별한 아우라가 없는 이상 대개 '몇 선'이냐가 각 의원의 위상과 위치를 결정짓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다선으로 가는 지름길은 바로 지역민들과의 약속인 공약 이행 정도에 달려 있다. 이로 인한 '쪽지예산' '지역민원 예산'이 도마에 오르지만 해당 의원들은 오히려 농담반 진담반으로 '구설수에 오를수록 지역민들로부터는 인정받는다'고 넉살을 늘어놓는다.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각종 시민사회단체들도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 여부를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한다. 한국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정기적인 공약 점검이 대표적인 경우로 발표 때마다 의원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매니페스토가 지난 2012년 2월에 발표한 18대 경기·인천 국회의원 63명의 공약 완료율은 평균 39.1%이었다. 당시 공약완료율이 평균보다 저조했던 의원은 새누리당의 경우 신영수·신상진·고흥길·임해규·이사철·차명진·전재희·원유철·이화수·박순자·손범규·주광덕·박보환·유정복·정병국 의원 등 15명이었다.

이들중 19대에도 다시 금배지를 단 의원은 원유철·유정복·정병국 의원 등 단 3명에 불과했다.

민주당의 경우는 손학규·강성종·김영환·천정배·최재성·안민석·백원우·조정식·김부겸 의원 등 9명이었다. 이중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손학규 전 대표와 타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한 천정배·김부겸 전 의원 및 강성종·백원우 전 의원이 19대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공약 이행과 당선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좀더 치밀하고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언뜻 봐서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굳이 수치가 아니더라도, 지역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감시가 아니더라도 '약속' 이행은 지켜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는데 국회의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매니페스토 관계자는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약속한 공약의 성실 이행은 정치인의 기본"이라며 "국민의 대표로서의 국회의원은 누구보다 국민과의 약속을 솔선해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구 의원들의 공약 이행을 위한 사투는 상임위 배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지역 현안과 관련된 상임위, 특히 국토교통위는 지역구 의원들이 줄을 선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또한 지역구 의원들간 경쟁이 치열한 노른자위다.

각 상임위에 둥지를 튼 지역구 의원들은 이미 4년을 내다보며 '공약 약속지키기' 레이스에 돌입했다. 경인일보가 경기·인천지역 국회의원 59명(5명 미제출)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의원들이 지난 총선때 약속한 크고작은 공약은 모두 1천24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약완료율은 7월말 기준으로 19.7%로 집계돼 지난 18대 결과 등과 비교할 때 의미있는 성과라고 판단해 볼 수 있다. 특히 전체의 76.7%에 해당하는 951건에 대해 추진중이라고 밝혀 19대 국회가 상당수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구태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이른 희망'을 품어볼 만하다.

공약 미착수는 44건(3.6%), 공약 폐기는 1건으로 새누리당 유승우 의원이 '특수 목적고 유치와 전통문화전수학교 설립 추진'을 약속했지만, 경기도교육청 정책이 특목고 설립중단이어서 부득이하게 폐기했다고 밝혀 왔다.

제19대 국회가 정식 개원한 지 1년이 조금 넘어섰다. 경기·인천 국회의원들의 '약속 지키기'는 워밍업을 끝낸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수순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속 완수를 위해 신발끈을 다시 동여맨 경인지역 의원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김순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