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은숙 경인식약청장
후쿠시마 원전사고후
일본산 식품 수입때마다
일본자국에서 적용되는
강화된 기준으로
세슘과 요오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엊그제 과천 정부종합청사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고등어구이로 점심식사를 했다. 내가 고등어구이를 시키니 우리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모두 같은 메뉴로 통일했다. 물론 수입산인지 국내산인지 우리 모두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들과는 달리 요즘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고 언론도 매일매일 일본 방사능 오염에 대한 기사를 다루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수입되는 일본산 식품과 수산물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사를 강화하고 있고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으로서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우나, 정부는 정부대로 현 조치의 적정성을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과연 이렇게 불안해 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한번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먹는 것에 관한한 우리 국민의 선택의 폭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에 불과하다. 수산물도 1996년 160만t에서 지난해 109만t으로 줄어 어업인들은 연근해 어업이 존폐기로에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수산물이었던 명태는 2000년 이후 동해바다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대형마트의 수입수산물 판매비중이 2008년 15%에서 지난해에 벌써 50%를 넘었다.

사실 식약처는 2011년 3월 일본 원전사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일본에서 수입되는 식품에 대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여 수입시마다 세슘과 요오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여 왔다. 적용되는 기준은 일본이 자국산 식품이 100% 오염되었다는 극단적인 가정하에 정한 기준을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단체에서는 플루토늄(Pu)이나 스트론튬(Sr)을 추가적으로 검사할 것을 주장하나, 검사에 장기간(4~6주)이 소요되어 국제적으로 수입이나 유통식품의 검사업무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이들 방사능 핵종의 방출 비율이 세슘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낮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 세슘만 검사하면 스트론튬과 플루토늄의 방출량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세슘검사만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염려하는 것은 방사능이 몸속에 계속 축적되는가 인데 방사능에 노출될 경우 체내로 들어간 방사능은 자연 붕괴되거나 신진대사를 통해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에 방사능이 계속 축적되지 않는다. 세슘137은 자연계에서 반감기는 30년이지만 섭취하여 체내에 들어온 경우 약 110일이 경과되면 절반이 체외로 배출되고 1년 정도 지나면 거의 배출된다.

국내 유통은 해양수산부가 지난 6월 말 음식점 원산지표시 의무대상에 기존의 광어(넙치), 뱀장어, 참돔, 낙지, 우럭(조피볼락), 미꾸라지에 고등어, 명태, 갈치 등을 추가하여 9개 품목으로 확대하였고, 수산물품질관리원이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여 판매하는 음식점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태평양산 수입수산물과 원양산에 대해서 검사를 추가로 강화한다.

수입금지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가 결코 다른 나라에 비해 완화된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 식약처는 일본산 수산물의 경우 후쿠시마현 등 8개현 50개 품목에 대하여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산 식품을 전면 수입 금지한 국가는 한 곳도 없으며, 오히려 캐나다 등 11개 국가는 모든 수입규제를 해제한 바 있다.

사실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먹을거리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크고 복잡하게 발달한 것은 바로 잡식동물인 인간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먹는 것에 대해 혼란과 불안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내가 먹는 것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함일 것이다. 내 집 앞마당에서 내가 키운 채소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사람은 없을 테니. 따라서 철저한 검사와 관리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는 관련정보를 알기 쉽고 충분하게 제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식약처는 매일 홈페이지에 검사결과를 공개하고 있으나, 국민들이 가장 기본적인 일로 고민하고 걱정하지 않도록 더욱 많이 소통하고 관계부처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할 때다.

/전은숙 경인식약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