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시장변화로 인한 소비자 모습은
다양한 색깔의 모든 사람들을
아우를 수있는 '스마트슈머'와
능동적 생활연출의 '크레이슈머',
개인소비로 사회공동이익 실현에
앞장서는 '소셜슈머'로 진화될듯


요즘 각계에서 소비자들에게 색깔을 입혀 부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을 상대로 자신이 구입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고의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처럼 꾸며서 해당 기업에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지칭하는'블랙컨슈머', 이러한 블랙컨슈머에 반대되는 의미를 지닌 '화이트컨슈머', 블랙컨슈머와 화이트컨슈머의 중간으로 자신들이 처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기도 하지만 착한소비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는'그레이컨슈머', 녹색소비생활을 실천하는 '그린컨슈머',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의미하는 블루오션과 소비자인 컨슈머의 합성어로 블루오션의 새로운 소비자를 지칭하는 '블루슈머'까지. 다양한 색깔에 걸맞게 각각의 특징 또한 매우 다채롭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한 가지 공통점은 과거 공급자 위주 경제체제에서 미처 주목받지 못했던 '소비자'란 존재가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그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방송을 통해 각종 소비자불만 및 피해와 관련된 소비자 고발 형식의 프로그램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해당 프로그램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의 범위는 의식주와 관련된 분야부터 유통, 사회, 환경, 교통, 의료 및 법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각 방송사마다 유행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우리 생활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모든 영역에서 소비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현행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소비자'라 함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 또는 용역을 소비생활을 위하여 사용하는 자로 지칭한다. 즉 소비자들의 수동성을 기반으로 소비 주체로서의 중점적 역할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동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비자의 책무는 소비자가 시장경제의 주체임을 인식하여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행동과 환경 친화적인 생활을 통해 소비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경제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히 상품 구매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생활을 통해 개인의 만족감 증진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이성과 감성을 지닌 전인적 존재로 신뢰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내포한다고 하겠다.

자본주의하에서의 시장은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시장 환경은 소비자들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자로서의 수동적 역할 수행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가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시장의 주권자'로서 궁극의 역할을 담당케 하고 있다. 일찍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그의 저서 '제 3의 물결'에서 제품의 개발 및 유통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전통적인 소비주체로서의 역할에만 안주하지 않는 적극적인 소비계층인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바야흐로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로 양분되어 사고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 부문이 융합되어 발전하는 컨버저노믹스(Covergenomics)시대로 이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품 개발이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자연스럽게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시장 환경은 제품력을 중시하는 단계에서 정보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소비자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관계지향적인 단계로 이행하고, 결국에는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협력지향적 가치주도 단계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시장 환경은 기업과 소비자의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적 가치의 총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모습은 특정 색깔의 콤플렉스에 빠진 우리 사회의 모습과는 달리 모든 색깔의 소비자들을 아우름과 동시에 소비자들 간의 강화된 연결성과 증가된 제품 및 거래지식으로 무장된 똑똑한 '스마트슈머'(Smartsumer), 능동적인 생활연출자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큐레이슈머'(Curasumer), 개인의 소비생활을 매개로 사회 공동의 이익실현에 앞장서는 '소셜슈머'(Socialsumer)로 진화해나갈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