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구성원간 소통 원활치 못하면
불만과 불신만 쌓이고
의견교환 없어 다양한 구상도
나올 수 없다, 지방이전 앞둔
공기업들 국민소통 강화위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는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21세기형 신인류의 모습으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제시했다. 노마드는 유목민을 뜻한다. 인터넷, 휴대전화, 모바일기기 등 정보통신의 발달로 시간적, 공간적 제약에서 자유로워짐에 따라 한 곳에 '정착'을 거부하고 여기저기 이동하는 '유목'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고전적인 유목민이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떠돌아다닌 반면, 21세기 디지털 유목민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움직인다. 혼자 벽을 쌓고 살다가는 도태되어 버린다. 외부와 소통하며 스스로 개혁하고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개혁하지 않는 기업, 변화하지 않는 기업, 소통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이어 공기업의 지방이전도 가시화되고 있다. 과천 정부청사를 비롯해 경기도에 있던 공기업, 연구기관, 교육기관 등이 지방으로 분산 배치된다. 공기업 지방이전은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며 지역 균형발전은 국정의 방향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요인뿐 아니라 민원인들의 불편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지방으로 이전하면 유관단체간 회의 참석이나 민원인들과의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아직까지 민원인들을 위한 소통과 채널 다양화 등 종합적 대응책이 미비한 실정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공공기관을 찾는 민원인들이 혼란을 겪거나 불편한 점이 있어서는 안된다. 지방과 수도권 간에, 정부 및 공공기관과 국민들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경기도만 해도 지역이 워낙 넓고 광범위하다 보니 경기 남부와 북부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원스톱 소통창구가 필요하다.

최근 본사 사옥 내에 '창조마당'이라는 공간을 열었다. 방문하는 고객들이 공사 사업이나 지원내용, 발간자료 등을 살펴보고, 업무개선에 도움이 되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그 자리에서 바로 제안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보공유나 소통확대, 신속한 민원처리를 위해서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이 내년이면 거의 대부분 지방으로 이전한다. 지방이전에 따른 불편 해소를 위해 원스톱 민원처리와 소통공간의 마련이 필요하다. 농업, 농촌, 농식품 업무에 관한 건의사항이나 민원, 다양한 아이디어 등이 직접 직원들과 대면하지 않아도 처리된다. 원스톱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농업·식품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은 과거 신문고를 현대식으로 개편한 '현대판 신문고'이다.

최근 공기업의 방만경영이나 부채증가 등으로 개혁 요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공기업들이 조직을 개편하고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아직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자기혁신과 반성, 그리고 실질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공기업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낮은 자세로 가까운 데부터 국민들의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방이전을 추진하는 공기업들의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일방적이고 한 방향인 상명하달식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순환하는 소통의 시스템이 강조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도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의사소통 덕분에 젊은층의 호응을 받으며 급속히 퍼져나갈 수 있었다.

바야흐로 소통의 시대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불만과 불신이 쌓이고 발전 없이 정체된다. 구성원 상호 간에 의견개진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공기업들은 지방이전으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국민들과의 양방향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공기업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