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서는 국민 노릇하기도 힘듭니다. 역사학자들조차 역사상 가장 다사다난했다는 2013년 우리는 1년내내 갈등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사건건 대립으로 날을 지새웠습니다. NLL 발언 논란,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그리고 철도노조 파업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사안마다 국민의 의견은 약속이나 한듯 반으로 나뉘어졌습니다.
물론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겪었던 갈등의 진폭은 너무 큽니다.
20대와 50대간의 생각의 차이가 더욱 벌어진 것은 물론 갈등이 빚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어디 그뿐 입니까. 정치인끼리, 언론인끼리, 교수끼리, 심지어 젊은 학생끼리 진영논리에 빠져 '너는 틀리고 나만 옳다'식으로 상대를 탓하기에 바빴습니다. 손에 무기만 안들었을 뿐 사실상 내전상태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갑오년 새해 경인일보가 던지는 화두는 '배려(配慮)'입니다. 배려란 '남을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지 말고, 상대방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렇게 말하는지 그 마음을 헤아려 보자는 뜻입니다. 날이 갈수록 삶은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경쟁은 더 치열해져서 남이 잘못돼야 내가 잘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 사회에 터질 듯 팽배합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평과 불만으로 견디질 못합니다. 불신의 벽은 점점 높아지고 대화가 없으니 소통은 불통이 됩니다.
정치인은 사태를 수습하려는 중재인이 아니라 사태를 악화시키는 불쏘시개 역할만 합니다. 그러니 국민들은 죽을 맛입니다. 모두 안녕하지 못한 국민들 뿐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려'입니다. 그동안 내 고집만 피우다가 상대방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내 잘못은 짐짓 모른 척하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는 않으셨는지, 나의 아집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모두 사회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는지요.
그리고 나보다 더 힘없고,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졌는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배려야말로 소통이고, 믿음이며, 사랑입니다. 이제 분노를 내려놓고, 대화를 하고, 용서를 하고, 화해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입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 바랍니다.
/김화양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