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학창시절 반장 선거에 대한 추억이 있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의 반장 선거는 우리가 경험했던 첫 번째 선거였을 것이다. 지금도 학생들은 학교에서 각종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배
▲ 김영천 천일초등학교 교사
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는 반장제도 대신 '이끄미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3월에 신학기가 시작되면 학급 전원의 투표로 3명 정도의 '이끄미'가 당선되며, 이들이 순번을 정해 기존의 반장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또 4월에는 이미 이끄미 역할을 수행한 3명을 제외한 학생들 중에서 새로운 이끄미를 뽑아 학년이 끝나는 2월까지 학급의 모든 학생이 이끄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이끄미제도로 바꾼 후 모든 학생이 학급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자, 내성적이고 남 앞에 나서기를 꺼리던 소극적인 학생들도 이끄미 역할을 하면서 적극적인 태도로 변화하는 것을 보게 됐다. 학교에서의 이런 경험은 각자의 인생에서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지금도 초등학교에서는 전교 어린이회 회장·부회장 선거가 행해진다. 매 학기 초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고 후보자 등록을 받은 후 선전 벽보와 후보자 연설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 기간을 거쳐 4학년 이상 학생들의 직접선거로 당선자가 가려진다. 선거 과정에서의 열기는 어른들의 지방선거 열기를 방불케 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선거 과정을 경험하면서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운다. 이 어린이들이 성인이 돼 유권자로서, 또는 후보자가 돼 복잡한 정치과정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오는 6월 4일에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투표장에서 유권자 한 사람이 7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해야 하는 선거다. 수많은 후보자를 파악하고, 지지할 사람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유권자 입장에서는 미리미리 후보자를 파악하고, 어떤 후보자를 지지할 것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때로는 유권자 입장에서 찍어줄만한 후보자가 없어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좀 더 능력있고 훌륭한 사람들이 선거에 출마하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선거는 어떤 경우에도 출마한 후보자 중에서 당선자가 나오는 만큼, 훌륭한 인재들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면 좋을 것이다.

이런 여건을 만드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 안 드는 선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선거제도의 정착이다. 돈 안 드는 선거, 공정한 선거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시민들도 함께 감시하고, 선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손으로 우리 고장의 일꾼을 뽑는 일은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번 6월 지방선거에 훌륭한 인재들이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 풍토를 조성하는 일과, 후보자를 꼼꼼히 파악해 누가 우리 지역에 적합한 일꾼인지 골라내는 일은 더없이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를 더욱더 활성화시키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느덧 3월이 돼 새학년이 시작된 학교에는 각종 선거 열기가 뜨겁다. 학생들은 이런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 이 학생들은 훗날 우리 고장의 훌륭한 일꾼으로서, 또한 민주시민으로서 우리나라 역사의 수레바퀴를 힘차게 돌리게 될 것이다.

/김영천 천일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