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4일(한국 기준)은 남아공 월드컵 이후 4년 만에 남미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는 날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관심이 몰리는 것 중 하나고 많은 사람들이 '브라질 월드컵'에 대해 상당히
▲ 이종모 서정대학교 교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4년 만에 치러지는 우리들만의 축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월 4일에 실시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알고 있다고 해도 관심사는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우리는 이 부분을 궁금해 하지만 구체적인 답은 갖고 있지 않다. 유권자가 소위 말하는 '슈퍼갑(甲)'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표어 중에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라는 것이 있다. 이 문구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사람도 없을 것이다. 선거란 간단히 말하면 우리 손으로 대표자를 뽑는 것이지만, 지구촌에는 그렇지 않은 나라도 적지 않다.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특정사회의 대표자가 되는 것과 자기의 의지로 대표자가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자신의 의사나 선호 여부와 상관없이 다수표를 얻은 사람이 대표자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의사결정에 내가 관여했다는 것과 그 속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유권자의 권리는 상당히 중요한 권리가 되는 셈이다.

모든 선거는 유권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 선거에 나오는 모든 후보자는 유권자의 눈치를 봐야 된다는 말이다. 평소에는 대접을 못 받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선거가 있는 때는 소위 말하는 '갑' 대접을 받는다. 선거권은 누구나 동등하게 갖고 있다. 현대사회에 존재하는 권리 중에 선거권처럼 공평한 권리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개개인이 다 '갑'인 셈이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유권자는 그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여러 후보자의 모습을 보고 과연 '유권자의 눈치를 살피며 주민들만을 위해 일할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에게 맞는 후보자를 고르면 되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가 결정권자가 되는 것에 대해 즐거운 상상을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면 큰 부담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선거는 그럴 필요가 없다. 자기가 선택한 후보자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고 자기가 어떤 후보자를 선택했는지 남들은 알지도 못한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선거를 하나의 즐거운 문화 행사로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선거는 골치 아픈 일이라는 통념을 버리고, 간단히 생각해 보자. 인생을 살면서 자기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악수하면서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해 주는 경우가 어디 그렇게 많겠는가? 소위 말하는 갑(甲)의 위치에 있게 되는 것이고, 원 없이 갑의 행세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갑의 위치에서 을에게 각종 요구를 할 수 있고 그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을을 버릴 수도 있다.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선거다. 유권자 여러분, 원 없이 '갑'질 한번 해보지 않겠습니까?

/이종모 서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