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대선때 후보자들은 정치 개혁과 관련,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현재의 흐름으로 볼때 이를 뒷받침할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공직선거법 제47조에 '정당은 선거에 있어 선거구별로 선거할 정원 범위안에서 그 소속 정당원을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미뤄볼때 후보자 추천 여부는 정당의 권한이다. 국민에게 약속한 것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노력을 해야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정당간 합의가 있지 않으면 각 정당은 어떠한 형태로든 기초의원에 대한 후보자도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합리적인 결론을 내야 한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조금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이전에 기초선거에 대한 공천문제가 각 당에서 매듭지어질 것으로 믿고 있지만, 3개월 남짓 남은 현재까지도 어떠한 결론없이 이 문제를 두고 정당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각 정당이 합리적인 선거 방식을 논의해야한다면, 유권자들은 정당을 대표한 후보자들이 제시한 여러 정책들의 장·단점과 실현 가능성 여부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투표를 통해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한 이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 물론 정당의 정강과 기본 이념에 차이가 있어 당마다 정책 방향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정책이 얼마나 잘 계획되고 실행될지는 유권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만큼, 유권자들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여러 정책들을 비교·분석해 보는 식견을 넓혀야 한다.
여러 정책중에서도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정책은 더욱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피해가 바로 드러난다. 올해 초 임용고시에 합격해 발령대기중이었던 서울지역 초등학교 예비교사 900여명이 입학시기가 다 되도록 1명도 신규 발령을 받지 못한 것은 무상급식 등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들의 명예퇴직 수당이 감액되면서 이전보다 적은 인력이 명예퇴직을 했고, 이로 인해 신규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관계없겠지만, 늘 한계가 있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고 이때문에 이해관계 등에 따라 번번이 충돌이 생긴다. 선거 결과만을 의식하고 유권자들에게 달콤한 정책을 제시한 쪽을 무조건 지지한다면 국민의 정치 의식과 선거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하고 국민에게 직접 혜택이 가는 정책을 제시했다해도, 충분히 검토된 정책인지를 선거를 통해 알려주는 것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직접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을 제시해 단체장·지방의원 등이 이를 잘 실천해나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중 하나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정치는 선진국 수준에 다다르려면 여전히 많은 노력이 더 필요하다. 국민과 정치인은 깊이 새겨야 한다.
/남궁 성 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