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자동차 정비업체들
부당행위에 고스란히
피해 입는 입장에서 벗어나
또다른 피해자 없도록
정보 공유로 자기책임을
다하는 자주성 필요


미국에는 만약 딸이 세 명 있다면 첫째는 의사에게, 둘째는 변호사에게, 셋째는 자동차수리공에게 시집을 보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미국에서 자동차 정비를 위해 'body-shop'을 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살인적인 가격 때문에 저 농담같은 진담(?)에 백 번 공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가격 때문이 아니라 도통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정비소에서 권하는 대로 정비를 받아야 하는 일종의 '소비무력감' 때문에 또 선뜻 자동차 정비소를 가는 데 주저하게 된다.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수리를 받은 후 오히려 다른 부분까지 고장이 나거나 과도한 수리비가 청구되는 등 자동차 정비와 관련된 소비자피해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지난 3년간 접수된 자동차 정비관련 소비자 피해는 매년 2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의 내용 중 정비업체의 수리 불량에 따른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고장이 난 곳을 고치러 갔는데 수리 불량 피해가 다수를 차지했다는 것은 자동차 정비가 소비자들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저 놀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당한 수리비를 청구하거나 수리를 지연하고, 필요 이상의 과잉 정비를 하여 수리비를 추가로 청구하는 등의 부당한 거래행위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자들이 보상을 받은 경우는 전체 피해 사례의 40%를 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문제는 판매자와의 거래에서 제공되는 불충분한 정보로 인한 비대칭성 때문에 기인된다. 즉 판매자나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간의 정보 격차가 존재하고 이러한 차이가 시장의 불완비성이라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는 시장 내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제기한 공로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중고자동차 시장을 과일이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맛이 신 레몬에 비유하여 중고차를 파는 사람들이 사는 사람보다 그 차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정보 비대칭적 상황이 연출되어 겉은 멀쩡하지만 결함이 존재하는 중고차를 속아서 비싼 값에 구매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대신 직접 거래를 하거나 다른 선택대안을 찾아 구매를 하게 되어 결국 중고차 시장에는 양질의 매물 대신에 저질의 중고차만 남아 역선택이 일어나게 된다.

전통적으로 시장에서 제공되는 정보에 일방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들은 불완전한 정보가 제공되는 상황하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애컬로프 교수가 제기한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을 상당부분 해소시켜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된 정보의 접근성은 1인 미디어 시대라는 말에 걸맞게 소비자 스스로가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을 가능케 해 주었다. 이는 이제 소비자가 더 이상 수동적 위치에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보호받아야 할 당연한 대상에서 비로소 거래주체로서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수행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자신의 복지감이 줄어들지 않도록 선택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늘 가지고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역선택 상황이 연출되지 않도록 '가려내기(screening)'를 잘 하고 있는지를 매번 되돌아봐야 하고, 판매자들이 '올바른 정보 보내기(signaling)'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해서 판단해야 한다. 바야흐로 소비자의 책임과 권리가 강화된 시점에서 '소비자실패(consumer failure)'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는 피해를 유발하는 자동차 정비업체들의 부당한 행위에 두 손 놓고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다른 소비자들의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는 자기 책임을 다하는 소비자들의 자주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낯설지 않을 날들을 기대해 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