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허니문·하우스푸어가 되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는 현실
삶의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
큰 이상을 실현하려는 것도 아닌데
'푸어'가 되는 청년들의 막막함이
높은 자살률로 표출돼 안타까워


"교수님, 저 도저히 못하겠어요. 다음 달에 1년 계약 끝나니까 내일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계약 만료되면 무슨 일이든 '정규직'으로 알아보려고요." 힘들다며 하소연하는 졸업생의 전화를 받는 순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 내 학생의 앞날에 이로운 것인지, 아니면 호된 꾸짖음으로 인내심을 갖고 버텨야 한다고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주기적으로 걸려오는 졸업생들의 비슷한 전화내용이 이제 적응될 법도 하건만 아직은 연륜이 한참이나 부족한 선생인지라 매 순간 어떤 말을 해줘야할지 망설이게 된다.

바야흐로 비정규직 근로자수가 600만명을 육박하고,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이 30%를 훌쩍 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 정규직을 원하는 아이들의 심정도, 정규직을 목표로 취업에 재수와 삼수를 반복하며 졸업을 유예시키는 아이들의 마음도 모두 너무나 공감이 된다.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 취업의 문제는 비단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고용의 질과 안전성 여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층의 고용률은 OECD 평균을 크게 하회하는 40%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 20대의 고용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낮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청년층의 고용창출에 얼마만큼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하겠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층은 말할 것도 없고, 취업을 한 그들의 경제적 어려움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청년층의 실질임금을 비교한 결과, 최근 몇 년 동안 전체 연령층의 실질임금 감소폭보다 청년층의 감소폭이 크게 확대되었다고 한다. 일을 해도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탈 기회가 없는 이른바 '워킹푸어'(working poor)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요즘이다. 빈곤의 경계에서 실업의 공포와 저임금에 시달리는 작금의 청년층을 접하면서 충분한 노력과 기술, 안정된 봉급수준, 승진 보장이 되는 직장 등이 이러한 워킹푸어의 상태를 벗어나게 하는 일종의 전제조건임을 알면서도 제대로 일할 기회조차 잡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은 오죽할까싶어 마음이 무겁다.

만약 천신만고 끝에 소위 말하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에서 벗어나 취업에 성공했다해도 여전히 청년들이 빈곤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하기 어렵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결혼이라는 용기있는 결단을 내린 경우에 겪게 될 경제적 어려움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치솟는 전세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주택 마련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곧바로 '허니문푸어'(honeymoon poor)나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되는 젊은 세대들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또다시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교육 빈곤층을 지칭하는 '에듀푸어'(edupoor)가 될 가능성을 늘 안고, 이미 자신들의 교육을 위해 에듀푸어가 된 부모세대들을 부양해야 하는 경제·심리적 부담까지 삼중고의 어려움을 겪어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이고, 이중 10~30대 사망의 첫 번째 원인 역시 자살이라고 한다. 삶의 희망을 던져주지 못하는 사회, 거창하고 커다란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에도 자꾸만 'poor'가 되어야하는 청년세대의 막막함이 높은 자살률로 표출되는 것만 같다.

'This is Africa.' 아프리카를 방문하면 너무나도 불편한 생활때문에 겪게 되는 어려움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면 하나같이 모두 '여기는 아프리카야'라는 말로 개선의 여지가 없는 자포상태임을 자인한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의 현실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 시대의 청년들을 'This is Korea'라는 말로 너무도 손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