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
1조이상 추정되는
새로운 수출 유망상품 떠올라
산야초·양잠산물 등
농업자원 찾아내 개발하면
엄청난 매출 올릴 수 있어
경제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거나 흥행, 인기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을 '대박'이라고 한다. 최근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새로운 발상이나 신제품으로 크게 각광받고 히트를 기록하는 '대박' 사례가 눈에 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한 치맥 열풍 등이 좋은 예다. 우리 농업분야가 전방위로 전개되는 개방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하지만, 색다른 안목으로 잘 살펴보면 농업분야에도 '대박상품'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업분야의 대표적인 대박상품이 난이다. 난의 한 종류인 심비디움은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대표품목이다. 특히 한국 춘란(春蘭)은 개방화시대 고급상품화가 가능한 대박상품이다.
지난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서 최초로 한국춘란 공개경매를 실시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권 최초였다. 결과는 예상대로 '대박'이었다. '단원소' 품종의 춘란이 5천300만원이라는 거액에 낙찰되었고 하루 경매액이 6억원에 달했다. 고액의 낙찰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2천500억원이 넘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었고 약 50만명의 춘란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였다는 점이다. 제대로 상품화시키면 시장규모가 연간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난초는 깊은 산골에서도 홀로 은은한 향기를 퍼뜨리는 귀한 식물이다. 승진이나 영전을 하면 축하선물로 가장 많이 받는 것이 난화분이다. 난초가 충성과 절개를 상징하고 복을 불러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춘란은 우리 국토에 자생하는 토종 난이다. 서양란이나 조직배양으로 유통되는 일반 난과는 달리 색상, 모양, 엽성 등이 탁월하다. 중국춘란은 향이 그윽하다. 일본춘란은 색과 무늬가 화려하다. 한국춘란은 청초하고 고귀하다. 한국춘란 중에서도 소장 가치가 탁월한 품종인 중투호, 복륜소심 등은 1촉당 가격이 수천만원을 상회한다. 5천만원짜리 춘란 두촉만 키우면 억대농가가 되는 것이다. 포기당 3억원이 넘는 상품도 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좋은 품종의 춘란을 찾아다니는 애호가들도 많다.
국내 난 시장의 규모는 약 5천억원 수준이다. 한국춘란의 규모는 미미하며 비제도권 시장에서 음성적으로 거래된다. 거래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가격에 불만도 많았다. 제도권시장으로 춘란을 끌어들여 공정한 검증을 하고 공개적 경매를 실시하여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춘란은 원예 종사자뿐만이 아니라 많은 도시민의 관심을 끌었다. 도심 아파트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고, 육체적으로 큰 힘과 노동이 들지 않아 난재배는 은퇴자들에게 좋은 노후 직업이 될 수 있다. 중국, 일본, 대만의 애호가들이나 전문가들도 조만간 경매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개방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유망하다.
춘란뿐만 아니라 농촌과 농업분야는 '대박' 소재가 즐비하다. 키우기 쉽고 선물용으로도 좋은 선인장 등 다육식물은 중국 수출유망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산야초, 자생식물, 한약재, 곤충, 미생물, 양잠산물, 각종 고문서, 고농기구 등도 대박 소재이다. 주목나무에서 항암제인 '택솔'을 만들며, 버드나무에서 진통제 원료인 '아스피린'을 추출한다. 스위스 파나톤사는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한 인삼제품으로 사포닌을 추출하여 건강식품 '진사나'로 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신종플루의 치료제 타미플루는 중국에서 재배되는 팔각회향에서 추출한다. 팔각회향에서 추출한 스타아니스를 개발한 로슈사는 엄청난 부를 쌓았다. 사양산업으로 알려진 양잠에서 화장품, 인공 고막, 인공 뼈의 소재가 만들어진다. 현미에서 쌀로 도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쌀눈과 껍질인 '미강'은 화장품과 탈모방지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경기도 농업에 숨어있는 대박상품을 잘 발굴해내면 대박산업이 된다. 제2, 제3의 춘란도 즐비하다. 눈을 크게 뜨고 농촌을 다시 보자. 산, 강, 평야, 계곡 등 다양한 농촌에서 여러 가지 대박자원을 보유한 지역이 경기도다. 경기도에 숨어있는 대박 농업자원을 개발하여 기능성 농업, 신소재 농업, 치료 농업, 관광 농업 등 새로운 '경기 대박농업 시대'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