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H5N8형 140여일간 확산
충남대 연구팀 "백신개발" 불구
당국, 안전성 등 우려 사용 안해
잠복기 길고 변이많아 방역 난항


대한민국이 역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앞서 발생한 4차례의 AI는 기온이 올라가는 3~5월이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떨어져 모두 종식됐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안성 농장에서 의심신고된 오리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바이러스(H5N8형)가 추가 발견되면서 '기온상승=AI종식'이라는 등식을 깨버렸다.

평균기온이 영상 20℃를 웃도는 6월에도 왕성한 전파력을 보인 것이다. 그 사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부여한 AI청정국 지위는 상실됐고, 도내에서만 292만8천여마리(6월말 현재)가 매몰됐다. 경인일보는 AI창궐 이유와 실효성 있는 대책 등을 차례로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5차 AI가 140일 넘도록 종식되지 않은 대표적인 이유는 신종 바이러스(H5N8형)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 등 방역당국에 따르면 5차 AI는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처음 시작됐다. 'H5N8형'의 국내 첫 발병이었다.

과거 국내에서 4차례 발생한 AI바이러스는 모두 'H5N1형'이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발생이 처음인 종의 출현에 백신 역시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다.

예방할 기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구제역과 달리 변이가 활발한 AI바이러스의 특성상 백신개발과 보급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3월 충남대학교는 AI바이러스 권위자인 서상희 교수 연구팀이 H5N8형 바이러스의 백신주(퇴치 백신을 만들 수 있는 무병성 바이러스)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때만 해도 축산농민들은 AI가 곧 종식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성 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술을 받아들여 보급에 나서지 않았다.

4월말 기준으로 전국 540여농가, 1천388만5천여마리의 가금류가 매몰처리되는 등 AI가 맹위를 떨쳤지만 이같은 정부 입장은 변함이없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당시 서 교수 연구팀이 '국가 방역을 위해 백신주를 무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백신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어떤 부작용을 나타낼지 모르는 상태에서 성급히 보급했다 AI의 변이가 심해져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H5N8형의 경우 H5N1형에 비해 증상이 쉽게 나타나지 않은 점도 창궐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잠복기를 21일로 보고 방역을 계획하는데 증상이 단기간에 쉽게 발견되지 않다 보니 바이러스가 수그러든 것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말로 종식을 예정했으나 안성에서 지난달 24일 바이러스가 또 확인되면서 무더위속 AI 공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상태다.

/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