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바이러스'로 불리는 에볼라 공포가 발원지인 서아프리카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질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에볼라의 직격탄을 맞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국가는 진원지를 격리 구역으로 설정하고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 국가도 이 지역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공항을 통해 에볼라가 들어오지나 않을까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국가 에볼라 진원지 격리구역 설정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 중인 서아프리카 3개국은 지난 1일 국경에 접한 에볼라 바이러스 진원지를 격리구역으로 설정하고 출입을 막는다고 발표했다.

경찰과 군인이 해당 지역을 격리하고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생필품 등 필요한 물자를 전달한다.

이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1천323건의 사례 중 70%가 3개국 접경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는 또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300여 명의 에볼라 희생자가 발생한 라이베리아 정부는 휴교령을 내리고 시장을 폐쇄했으며 공무원도 필수 인력 외에는 한 달간 강제 휴가를 명령한 상태다. 200여 명의 희생자가 생긴 시에라리온은 대중 행사를 제한하는 한편 감염 환자를 찾고자 가택 수색도 진행했다.

미국과 유럽 등 아프리카 이외 대륙도 여행 자제를 경고하는 등 확산 방지에 분주하다.

미국은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기니 등 3개국에 대해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이번 경보는 심각한 상황일 때 내려지는 3등급으로 2003년 사스(SARS) 확산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은 에볼라 감염자가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해 회원국에 대한 감염자 추적 및 격리 치료 등 방역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캐나다도 자국민에게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국가 여행 자제를 경고했으며 한국도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 대해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에볼라 확산 사태가 심화하면서 미국 정부는 오는 4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과 아프리카 간 정상회담 참석자들에 대해서도 에볼라 감염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 정상회담은 미국이 아프리카 50여 개국 정상을 초청해 여는 첫 회의지만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자국의 에볼라 확산을 이유로 워싱턴 방문 일정을 취소했고 기니 대통령도 참석이 불투명하다.

항공편을 통해 에볼라가 다른 국가로 쉽게 퍼질 수 있다는 공포에 항공사들도 에볼라 발생 지역 운항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리트항공은 에볼라 발병국 중 하나인 기니 항공편 운항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앞서 나이지리아 최대 항공사인 아리크 에어와 토고의 ASKY 항공사도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한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항공편 운항을 모두 취소한 바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협의해 확산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미국·러시아 전문가 파견…미국 다음 달 에볼라 백신 임상시험 추진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도록 미국은 전문가를 서아프리카에 파견해 의료 지원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미국 보건부 산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달 안에 바이러스 감염 통제 전문가 50명을 서아프리카 3개국에 파견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들 전문가는 현지에 활동 중인 WHO와 협력해 긴급대응센터를 설치하고 조기 진단 등 각종 의료 지원 활동을 펼 계획이다.

러시아도 에볼라 확산 차단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 바이러스 전문가 2명을 기니에 파견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다음 달 백신 실험판으로 임상시험에 나설 예정이어서 획기적인 치료 방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NIH가 초기 단계의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실험판을 9월 내놓고 효능 확인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NIH는 이 백신 실험판은 최근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올가을 임상시험에 쓸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승인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고열을 동반한 구토와 설사, 출혈 등의 증세를 보이며 최대 치사율 90%에 이른다.

WHO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현재까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모두 1천323명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환자가 발생했고 기니,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등 4개국에서 이미 729명이 숨졌다. /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