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에
한식 알릴 좋은 기회
먹거리관광 메뉴 찾아보고
이야깃거리도 만들자
아시아인 축제 통해
'음식한류' 진수 보여주자


45억 아시아인의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지난 19일 개막됐다. 이번 대회는 45개국에서 1만4천여명의 선수가 참석한 역대 최대 규모다. 배우 장동건·김수현을 비롯 가수 싸이의 축하공연, 배우 현빈의 태극기 기수 등장, '대장금' 이영애의 성화 점화 등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화젯거리도 많았다. 한국 스포츠의 위상 강화와 더불어 높아진 한류열풍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취지와는 달리 스포츠행사가 한류스타들의 인기 경연장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선수촌 식당에서는 한식·동양식·서양식·할랄식 등이 제공되고 음식 종류가 무려 548종이나 된다.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외래 관광객 유치라는 경제적 효과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주최측이 비난을 감수하고 한류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이 "성공적인 대회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적자대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스포츠행사는 운동경기 의미를 넘어 국가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도 88서울올림픽을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한단계 도약했다. 4강신화를 이룩한 2002년 월드컵은 26조원의 경제효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자칫하면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가져온다. 경기장과 인프라 구축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고도 기대한 효과를 누리지 못하면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은 60억달러의 적자를 남겼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과도한 예산투자로 그리스 경제가 치명상을 입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국제경기도 적자를 내는 경우가 많다. 1990년 이후 전년 대비 관광수입 증가에 기여한 대회는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게임과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개 뿐이다. 2010년부터 7년간 열릴 예정이던 F1코리아 그랑프리는 누적적자 1천910억원을 기록하며 개최 자체가 중단됐다.

스포츠를 통한 관광객 증대와 경제활성화를 기대하려면 인상적인 콘텐츠개발이 필요하다. 쇼핑·의료·미용·문화 등 다양한 한국적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필자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음식관광을 추가하고 싶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머리로 기억하는 것은 쉽게 잊어도 몸의 감각이 기억하는 것은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누구나 음식에 얽힌 추억이 한두 가지 있다.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먹는 것을 말해주면 내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할 만큼 먹거리를 중요시했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다. 한식 예찬론자로 알려진 유명배우 기네스 펠트로는 "비빔밥을 사랑한다. 건강에 좋다. 항상 김치와 함께 한다. 요리할 때 고춧가루 등 한국 양념을 많이 사용한다"고 말한다. '세계 음식의 수도'라 불리는 뉴욕에서도 고추장이 인기 소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지 식료품점에도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고추장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주인공이 고추장 넣은 비빔밥을 먹는 것을 본 후 고추장을 사먹는 현지인들이 증가했다. 고추장 피자, 고추장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가 응용되기도 한다. 드라마에 한국식 치킨이 등장하면서 중국내 한국 치킨점은 매출액이 30%이상 증가했고 떡볶이·김밥까지 중국 현지인들에게 인기다.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워낙 높아서 식품류 포장지에 한글을 넣을 정도다.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한식까지 차별화된 한식메뉴를 잘 개발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한식의 진가를 알릴 좋은 기회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관광 메뉴를 찾아보자. 이야깃거리를 만들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음식 한류'의 정수를 보여주자.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